▲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우아한테크콘퍼런스 2026'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의 주문 이전부터 수요를 예측하고 음식 조리와 라이더 배차를 연결해 대기 시간을 줄이겠다는 미래 배달 서비스 구상을 공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는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연례 기술 콘퍼런스 '우아한테크콘퍼런스(우아콘) 2026' 시작 연설(오프닝 키노트)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의 미래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가 제시한 구상의 핵심은 배달의 시작점을 고객의 주문 이전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수요를 예측하고 음식 조리와 라이더 배차를 준비해 대기 시간을 줄이고 AI가 고객의 메뉴 선택까지 대신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고객이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면 배달이 시작됐다"며 "그런데 왜 배달은 주문이 들어온 뒤에야 시작돼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고객이 배고픔을 느낀 뒤 메뉴를 검색하고 비교해 선택하는 시간부터 이미 기다림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기존 배달 서비스가 주문 이후의 조리와 배차, 배송 과정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주문 이전의 고객 행동까지 예측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제시한 미래 배달 서비스에서는 고객이 앱을 열기 전부터 AI가 이용자의 습관과 취향에 맞는 메뉴를 추천할 준비를 한다. 가게는 시간대별 예상 수요에 맞춰 조리를 준비하고 라이더는 주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미리 이동한다.
이를 통해 음식이 완성되는 시점에 라이더가 도착하도록 조리와 배차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AI가 고객의 의도를 이해하고 고객이 허용한 범위에서 메뉴 탐색과 선택, 반복 주문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의 일은 이미 배달을 넘어섰다"며 "고객의 필요를 발견하고 그 필요를 충족하는 모든 과정으로 확장됐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러한 미래상을 '심리스 시티(Seamless City)'로 정의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필요한 순간 도착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수요 예측과 연결, 최적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우아한테크콘퍼런스 2026에 참가자들이 많이 모여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우아한형제들은 2025년 7월 플랫폼 생태계 고도화 전략인 '배민 2.0'을 발표하며 '원하는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대체 불가능한 배달플랫폼'을 새로운 목표로 내걸었다. 이번 우아콘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구현할 구체적인 AI 기술과 운영 성과를 공개한 셈이다.
사업을 배달 이외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도 AI 활용 범위는 커질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2025년 장보기·쇼핑 매출은 1년 전보다 84% 증가했다. 음식뿐 아니라 생활용품까지 수요를 예측하고 구매로 연결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 대표에 이어 무대에 오른 고명석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가 실제 배달 과정에 적용된 사례를 소개했다.
▲ 고명석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우아한테크콘퍼런스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 계획, 실행, 학습하는 자율형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한다.
대표적 사례는 3천 개가 넘는 고객 변수와 온톨로지(개념과 관계를 구조화한 지식체계)를 활용하는 초개인화 엔진이다. AI 에이전트가 고객별 혜택과 추천 내용을 판단해 제공하고 변화한 지표를 반영해 모델을 개선하는 구조다.
조리시간 예측 기술도 고도화했다. 기존에는 가게가 입력한 조리시간과 실제 조리시간 사이에 약 8분의 차이가 발생했지만, 메뉴별 주문량과 처리 속도를 반영해 평균 오차를 50% 줄였다.
배달시간 예측에는 가게별 배달 현황과 지역 혼잡도, 배달 인프라 현황 등 58개 데이터를 활용한다. 기존에 가게가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배달시간을 추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직접 예상 시간을 계산하도록 바꾸면서 예측 정확도를 2배 이상 높였다
고 CTO는 이러한 기술을 종합한 배달의민족의 운영 체계를 '실시간 물리 네트워크(Real-time Physical Network)'라고 정의했다. 고객과 가게, 라이더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수요와 수급, 조리시간을 예측하고 실제 결과에서 발생한 오차를 다시 예측 모델에 반영하는 구조다.
▲ 한다니엘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 총괄이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우아한테크콘퍼런스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우아한형제들은 비가 내리기 전에 지역별 라이더 수요를 예측하고 필요한 인력을 미리 확보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우천 시 대응 시간을 약 80%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비가 오면 주문이 늘어나고 가용 라이더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비해 운영팀이 일일이 배달 가능 지역을 조정하던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라이더의 대기 시간도 줄이고 있다.
한다니엘 총괄은 라이더가 음식 조리를 1분씩 기다리는 상황이 60차례 반복되면 총 1시간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예시를 들며 조리 완료 시점과 라이더 도착 시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달 경로 역시 직선거리가 가장 짧은 길보다 실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경로를 찾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다.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스템 장애에도 대응하고 있다. 주문 처리 도중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고 중단된 단계부터 작업을 재개하도록 해 주문 누락과 처리 지연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다만 AI가 고객의 주문 이전부터 조리와 배차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모든 지역에서 구현된 것은 아니다. AI를 통한 메뉴 선택과 반복 주문 자동화의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 총괄은 "아직 모든 곳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며 완벽하지도 않다"며 "심리스 시티는 하나의 획기적인 혁신이 아니라 작은 기다림을 하나씩 없애면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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