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리서치센터의 보조연구원, 이른바 RA(Research Assistant)를 없애고 관련 업무를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증권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가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를 넘어 실제 인력 구조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미 자산관리(WM) 분야 AI 솔루션 확장에 나서며 AI 시대에 맞는 투자서비스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자본시장업계의 AI 활용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향후 찾아올 변화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미래에셋증권 RA 폐지 '파격 실험', '시기상조' vs '피할 수 없는 흐름' 논쟁 가열
② IR이 끝나면 바로 뿌려지는 리포트, AI가 바꿔놓은 리서치 업무지형 ‘더 빠르게, 더 넓게’
③ 증권사 AI 활용의 종착역, 초개인화 맞춤형 포트폴리오 향한다
④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 “AI시대 생존법, 판단력·차별화된 인사이트”


[비즈니스포스트] ‘1명.’

올해 안으로 기존 2~3년 차 RA(Research Assistant) 6명이 모두 애널리스트로 승격되고 나면 미래에셋증권에 남을 RA 숫자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1명도 앞으로 1년 안에 정식 애널리스트로 올릴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추가 충원이 없다면 미래에셋증권 RA가 사라지는 것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리서치센터 간판을 ‘인공지능(AI) 리서치센터’로 바꿔달고 RA 역할을 AI로 대체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AI시대 증권가 변화의 상징직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로 길 찾는 증권가①] 미래에셋증권 RA 폐지 '파격 실험', '시기상조' VS '피할 수 없는 흐름' 논쟁 가열

▲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RA는 애널리스트로 가기 전 단계로 자료를 조사하는 등 연구원의 분석활동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결정으로 증권가의 전통적 ‘도제식’ 인력 양성 구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월 박연주 센터장을 선임한 뒤 리서치센터의 RA 인력을 모두 없애고 관련 업무를 AI로 대체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비즈니스포스트에 “인사이트를 기르는 데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라며 “단순 데이터 정리보다 실제 보고서 작성 경험이 애널리스트의 빠른 판단력과 인사이트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RA 업무를 AI로 대체해 RA 인력을 최소화하고 애널리스트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RA가 맡았던 데이터 수집 등 단순 반복 업무를 AI를 활용해 효율화하고 기존 RA들은 트레이닝을 거쳐 애널리스트로 육성할 예정"이라며 "AI 시대에 더 넓고 깊이 있는 리서치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증권사들은 미래에셋증권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내 주요 증권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해 본 결과 AI 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RA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RA 인력 구조에 변화를 줄 계획이 없으며 당분간 지금 시스템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증권사들이 대부분이었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AI가 RA 역할을 전면적으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여전히 사람이 맡아야 할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과감한 행보를 놓고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이전부터 파격적인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던 곳”이라며 “AI 활용 측면에서도 실험적으로 앞서가는 분위기를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콤팩트한 리서치 조직를 보유해 유연한 인력 재편이 가능했다는 시각도 있다. 

C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베테랑 애널리스트가 많은 조직에서는 RA가 애널리스트로 데뷔하기 쉽지 않다"며 "미래에셋증권은 상대적으로 리서치 규모가 크지 않아 애널리스트 승격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리서치센터 현장에서 AI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AI 도입으로 RA 한 명이 지원하는 섹터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업무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RA와 협업하는 것보다 AI 툴을 직접 활용하는 게 속도가 더 빠르고 편하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리서치 영역에서도 AI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AI가 애널리스트 고유의 영역까지 침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AI로 길 찾는 증권가①] 미래에셋증권 RA 폐지 '파격 실험', '시기상조' VS '피할 수 없는 흐름' 논쟁 가열

▲ 미래에셋증권이 RA 역할을 AI로 대체하면서 AI 시대 증권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AI가 하고 있는 자료 조사, 리포트 작성 등은 애널리스트 업무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기업실사와 대면미팅, 방송출연 등 현장성과 대외소통의 영역도 존재해 에이전트로서 AI와 에널리스트와 ‘공존’ 체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널리스트 인력 규모는 몇 년 전 생성형 AI의 부상 속에서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국내 62개 증권사에는 모두 1073명의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가 일하고 있다.

금융투자분석사는 2004년 800여 명에서 2010년 1500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1천 명대로 내려왔고 여전히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디지털 전환으로 오프라인 지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서도 증권사들이 고액 자산가 특화센터를 강화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냐, 언젠가 RA는 사라질 수 있겠지만 얼굴을 보고 신뢰를 쌓아야 하는 애널리스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