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관측기가 예보한 겨울폭풍 못 봐, AI 기상예측 모델 시기상조론 대두

▲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센트럴파크 분수대가 이날 쏟아진 엄청난 폭설에 얼어붙어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최근 발생한 대형 겨울폭풍을 재래식 기상 관측 모델은 정확히 예측한 반면 인공지능(AI) 모델은 그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선 기상 예보 체계에 AI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주요 외신을 보면 주요 빅테크들의 주장과 달리 AI 기상 모델이 기존에 기대됐던 것만큼 정확한 예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상청(NWS)의 물리 기반 모델 '지구 기상 예측 시스템(GFS)'이 최근 미국 동부 일대를 덮친 겨울폭풍을 정확히 예보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기상청이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는 AI 모델은 이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밥 오라벡 미국 기상청 선임 예보관은 "지금까지 AI 모델은 겨울 폭풍을 예측하는 작업을 쉽게 만들어주지 못했다"며 "아직 완벽한 모델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AI가 재래식 기상 관측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빅테크의 기존 주장과 대조되는 결과로 여겨진다.

엔비디아, 구글 딥마인드 등 빅테크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러 차례 자사가 개발한 AI 모델의 성능이 더 우수하다는 성과를 잇따라 발표하며 이제는 재래식 물리 관측 모델을 대체할 때가 왔다고 주장해왔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는 지난달 신형 AI 모델인 '어스-2'를 공개하고 정부 기관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AI 기상 예보 결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역사적으로 일기 예보는 물리 기반 예측 모델을 실행하는 강력한 슈퍼컴퓨터에 의존해 왔다"며 "AI 기반 일기예보는 계산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해 더 많은 국가, 기상기관 및 기업이 특정 용도에 맞는 예보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상청의 상위기관인 해양대기청(NOAA)도 이같은 기조에 맞춰 지난해 12월부터 GFS에 AI를 접목한 AIGFS를 운용해오고 있다.

당시 해양대기청은 AI를 활용하면 예보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래식 관측기가 예보한 겨울폭풍 못 봐, AI 기상예측 모델 시기상조론 대두

▲ 23일(현지시각) 미국 메사추세츠주 노웰에서 한 남자가 집 앞마당에 켜켜이 쌓인 눈을 제설기를 이용해 밀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닐 제이콥스 해양대기청장은 "AI 활용은 미국 기상 모델 혁신에 있어 중요한 도약"이라며 "AI모델은 대규모 기상 현상 및 열대성 저기압 경로 예측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계산 비용을 대폭 절감해 기상학자와 일반 대중에 예보 자료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IGFS는 이번 겨울폭풍 사태를 제때 예측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미국 기상청은 기존 GFS가 겨울폭풍을 정확히 예측했으나 AIGFS를 비롯한 AI 모델들이 이와 상반되는 예보를 내놔 발표를 미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직 AI가 기상 예보 분야에서 주류가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보조적 수단에 머무는 단계라는 것이다.

앤드류 크루키에비츠 미국 컬럼비아 기후대학원 연구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AI가 탑재된 것은 무엇이든 더 좋다고 생각하도록 길들여져 있다"며 "모델이 더 우수하거나 품질이 높다고 여겨지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이 반드시 간소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기후연구소의 칼 슈렉 부소장은 워싱턴포스트에 "AI 기술이 예측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지만, 재래식 모델을 분석하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드람 하산자데 미국 시카고대 기후학자는 한 미국 지역언론과 인터뷰에서 "AI모델들은 아직 등장하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혁신의 여지가 많다"며 "대기 역학을 제대로 학습할 수 있다면 좀 더 정확한 예측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전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