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
미국의 압박으로 기존에 탄소세 도입에 찬성했던 국가들이 잇달아 입장을 바꾸고 있어서다.
27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국제해사기구(IMO)가 시행하려고 했던 '넷제로프레임워크'가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넷제로프레임워크란 국제해사기구 회원국들이 협력해 전 세계에서 운항되는 선박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 규제다.
이에 따라 총톤수 5천 톤 이상의 선박에는 배출된 온실가스에 비례한 탄소세가 매겨지게 된다.
애초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확정돼 2027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찬반투표가 올해로 미뤄졌다.
미국이 넷제로프레임워크를 지지하는 모든 국가들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국제해사기구 회원국들을 강하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가 넷제로프레임워크 시행에 성공했다면 사상 최초로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탄소세가 될 수 있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4월에 열릴 찬반투표를 앞두고 국제해사기구 회원국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을 보면 "미국은 선박의 기후 오염에 대한 세금 부과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탄소 수익을 해운업계 배출량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사용할 기금 조성에 쓰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됐다.
익명의 국무부 관계자는 폴리티코를 통해 "국무부는 올해 새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넷제로프레임워크에 대한 모든 검토 과정을 종료시키는 것을 가장 적절한 대응이라 보고 있다"며 "이에 관한 요구를 기재한 외교 전문을 올해 찬반투표에 앞서 다른 회원국들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폴리티코의 입장 표병 요청에 정식 답변을 주지는 않았으나 국제해사기구의 넷제로프레임워크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입장을 내놨다.
▲ 한 유조선이 싱가포르 인근 해상을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제해사기구 회의에서 넷제로프레임워크 시행을 지지했던 파나마는 아르헨티나, 라이베리아 등과 함께 국제해사기구에 넷제로프레임워크 내 탄소세 시행안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발의안을 제출했다.
파나마와 같은 입장이었던 키프로스, 그리스 등도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넷제로프레임워크를 향한 지지를 철회했다.
특히 그리스는 탄소세 도입에 반대한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에너지 및 통신 케이블 관련 투자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여전히 유럽연합(EU)과 영국뿐 아니라 마셜군도를 비롯한 도서국가들이 넷제로프레임워크와 탄소세 도입을 지지하고 있어 실제 표결이 진행되면 통과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파나마가 제출한 탄소세 시행 폐지 발의안을 국제해사기구가 수용하기로 한다면 찬반투표까지 가기도 전에 탄소세 도입이 무산된다는 점이다.
현재 국제해사기구는 탄소세 문제에 대해 다소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 대변인은 가디언을 통해 "국제해사기구는 회원국간 대화를 위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회원국들은 향후 회의에서 검토될 제안들을 제출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국제 해운의 탈탄소화 경로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4월에 열릴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는 회원국들이 미해결된 문제들을 계속 논의하고 모든 의견을 경청하며 향후 조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