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의 식품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올해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단체급식 서비스 수주에 이어 미국과 중미 지역에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급식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린푸드의 해외사업 확장이 '범현대가'인 현대차그룹과 관련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현재 50곳인 해외사업장을 올해 안에 7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2011년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공사를 할 때 단체급식을 수주하며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쿠웨이트, 중국, 중미 지역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현대그린푸드는 2016년 현대차그룹이 멕시코 동부에 있는 몬테레이 지역에 기아자동차 멕시코공장을 지을 때 중미 지역으로 처음 진출했다.

2018년부터는 멕시코 서부 티후아나에 있는 현대차가 전액 투자한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트랜스리드의 직원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트랜스리드 근로자 4400여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해마다 40억 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에는 현대건설이 수주한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공사현장에 단체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공사현장에 있는 총 9개 식당 가운데 5개 식당을 운영해 하루 1만 식을 공급한다. 

앞으로 현대그린푸드의 미국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기로 해 현대그린푸드가 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 조지아주에 55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도 50억 달러(약 6조3천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투자를 늘려 공장을 추가로 짓거나 운영할 때 현대그린푸드에 단체급식과 식자재유통사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들어 해외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를 비롯한 국내 급식업체들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사내급식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나서자 국내에서 성장 동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대그린푸드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2021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대차그룹의 단체급식 부당지원을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청원인은 2021년 6월25일에 올린 청원에서 “우스갯소리로 '구린'푸드로 불릴 정도의 회사(현대그린푸드)가 어떻게 임직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단체급식 업체로 선정되는지, 왜 오너 일가 사이의 단체급식 내부거래에 관해 눈과 귀를 막고 있는지 엄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의 사내급식 부당지원 의혹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고 아직까지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조사착수 당시에 “현대그린푸드가 다른 대기업 급식업체와 비교해 현대차로부터 유리하게 거래한 정황이 의심된다”며 “현대차 계열사들이 정상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현대그린푸드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는지 조사하고 이를 제재할 법적 요건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일감몰아주기'로 불리는 부당지원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는 대기업이 계열사에 부당하게 자금이나 인력, 상품·용역 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거래법 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와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정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분 12.7%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지분 23.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해외사업을 시작할 무렵인 2011년에는 한국전력, 아랍에미리트 국영회사 등 현대차그룹과 관련이 없는 기업들과 주로 거래를 했다.

하지만 현대그린푸드가 현재 급식사업을 맡고 있는 미국 조지아의 기아자동차 공장을 비롯해 멕시코의 5개 사업장 모두 현대차그룹과 관련이 있는 곳들이다. 

이를 두고 급식업계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각이 존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지원은 사안별로 확인해야 하지만 해외사업장을 통해 얻은 소득 등 행위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가 2019년 거둔 매출 약 6300억 원 가운데 50%가 현대차 계열사로부터 나왔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대그린푸드의 해외사업은 10여 년 동안 사업 역량을 쌓아왔고 최근 국내 단체급식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다”며 “해외 단체급식뿐만 아니라 케어푸드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