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실험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앤장은 그동안 살균제 독성 실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는데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김앤장이 독성실험에 관여했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기로 했다.

◆ 김앤장, 옥시 쪽에 유리하도록 추가실험 제안

16일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종민 변호사에 따르면 2013년 7월 김앤장의 김모 변리사는 조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추가실험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뒷돈을 받고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로 7일 이번 옥시사태에서 처음 구속된 인물이다.

추가실험의 목적은 가습기 살균제에서 독성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메일에서 김 변리사는 “실제 소비자들이 노출된 환경과 좀 더 유사한 환경에서 정확한 농도 측정 방법을 사용해 독성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앤장은 추가실험과 관련해 조 교수팀과 적어도 4~5차례 전자우편을 주고 받으며 실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앤장은 “의뢰인(옥시)이 실험계획서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실험계획서를 빨리 보충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김앤장은 그동안 옥시를 법률적으로 대리했을 뿐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혀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앤장이 제안한 실험은 서울대 연구팀이 거부하면서 진행되지 않았다.

김앤장 측은 “가습기 살균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옥시 쪽)공방이 있으니까 추가적인 실험이 가능한지 논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김앤장이 실험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김앤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메일 등을 통해 드러난 김앤장 관련 의혹을 들여다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김앤장이 옥시에 불리한 내용을 보고서에서 빼도록 하는 등 결과를 조작하는 데 적극 가담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증거인멸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김앤장, 공범으로 검찰 수사받게 될까

법조계의 한 인사는 “때로는 흉악한 살인범도 변호해야 하는 게 변호사의 역할인 만큼 옥시를 변호했다는 것만으로 김앤장을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실험결과를 조작해 유해성을 숨기고 정부와 사회를 기만하는 데 참여했다면 김앤장 역시 공범”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의 한 인사도 “김앤장이 욕을 먹는 건 단순히 나쁜 기업을 변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면서 “퇴임한 고위공무원들을 고문으로 영입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법관과 부장판사,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들의 내세워 전관예우의 편법으로 승소율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앤장을 거쳐갔거나 재직 중인 인사들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현홍주 전 주미대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화려하다.

김앤장을 둘러싼 오래된 논란 가운데 또 하나는 쌍방대리 문제다.

원고와 피고를 동시에 대리하거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을 모두 대리하는 쌍방대리는 변호사법에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도 김앤장은 그동안 진로와 골드먼삭스,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 양쪽을 모두 대리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03년 SK사태 때의 경우 김앤장은 당시 구속수감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으면서 동시에 SK그룹의 경영권을 공격한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했다.

김앤장이 확보한 SK그룹의 내부정보가 소버린에게 흘러들어가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당시 파다했다.

김앤장은 변호사법이 정한 개인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이 아닌 특이한 운영 형태를 취하고 있다. 김영무 변호사를 비롯한 100여 명이 공동대표인 합동변호사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가 사실상 대표변호사이면서도 쌍방대리 논란을 피하고 세법상 특혜를 누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법조계에선 지적한다.

하지만 김앤장 쪽은 “합동법률사무소는 외국계 로펌에선 흔한 형태”라고 일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