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서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한 이행보증금 115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매수자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 매도자 측에서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 모두 인수 무산과 관련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어 이행보증금을 두고 소송전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 사이에 법적 분쟁이 본격화되더라도 양측이 다투고 있는 쟁점사항이 많아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사유를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과 거래종결기한 도과’때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제주항공 관계자는 “진술보장 위반이라는 표현을 쉽게 설명하면 선행조건 미비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앞서 이스타홀딩스에 7월15일까지 미지급금 1700억 원 해소와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문제 해결 등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보한 적이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선행조건 이외에도 인사 및 노무와 관련한 법적 쟁점도 향후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에서 나올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의 주식 매매계약서(SPA)에는 ‘인수 과정에서 인사·노무와 관련한 소송 및 고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같은 주식 매매계약서 내용은 원활한 인수 진행을 위해 이스타항공 근로자 대표 및 조종사노조에도 사전에 공유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주식 매매계약서의 단서조항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 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를 4대보험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앞으로 벌어질 소송에서 이스타항공 측이 단서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제주항공은 인수 합의 당시 이스타홀딩스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려준 100억 원을 갚으라는 소송도 함께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에서 받은 100억 원을 이스타항공이 발행한 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매입하는데 쓴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의 이스타항공 지분과 함께 이 전환사채를 향해서도 담보권의 일종인 근질권을 설정해 놓았다. 계약위반을 염두에 두고 주식과 전환사채를 담보로 잡아둔 것이다.

이스타홀딩스도 소송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이 인수합병 계약을 해지할 것에 대비해 법무법인 태평양과 함께 계약서의 문구와 관련한 법리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이 계약 파기의 이유로 내건 1700억 원 규모의 미지급금 해소문제는 주식 매매계약서에 따른 선행조건이 아닌 만큼 이를 이유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타홀딩스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지할 권한이 없는데도 계약해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 매매계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계약위반의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음을 밝히며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은 1500여 명의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