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20일 조양호 대한항공 사장이 상하이 화물 추락 사고와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호되게 혼났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한항공의 연쇄 사고는 독단적 오너경영이 초래한 인재”라며 “전문경영인체제로 탈바꿈하는게 사고 예방의 근본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문제는 단순히 사기업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신인도에 치명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대통령이 사기업 경영권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첫 사례로 기록하고 있다.

1998년 당시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는 10.3%를 소유한 조양호 사장과 10%를 소유한 조양호 사장의 부친이자 한진그룹의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이었다.

1999년 4월15일 중국 상하이항 남쪽서 대한항공 화물기가 추락해 승무원 3명 등 모두 3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조 사장은 현장에서 사고수습을 지휘하던 중이었다. 대한항공은 화물기 추락사고가 일어나자 조 사장을 단장으로 사고조사단을 구성해 현지에 갔다.

조 사장은 김 대통령의 격한 발언이 나오자 급히 귀국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이런 저런 사고에 시름하고 있었다. 한달 전 대항항공 비행기가 포항항공 활주로에서 이탈해 6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있었다. 199년 8월 대항항공 여객기가 괌 공항 착륙 도중 폭발해 229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하는 대형사고가 있었다.


김 대통령의 발언에 당시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과 조 사장은 21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조 회장과 조 사장의 동반사퇴까지 거론됐다. 조 사장이 회장으로 물러앉는 수습책을 결정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마치 철퇴를 맞은 기분”이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재계는 대통령의 강한 비판에 사기업 간섭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특정 회사를 지목함으로써 앞으로 모든 기업에 관여할 수 있는 전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그래도 김 대통령의 비판은 이어졌다. 김 대통령은 “정부가 체면치레로 제제하니 기업이 아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에 대한 과징금이 높아졌고 한진그룹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대한항공으로서 시련의 시기였지만 이를 계기로 각종 안전대책을 마련해 '사고 항공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