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고 공론화 요구가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공식적 자리에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28일 제주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공론조사 요구가 이어지는데도 원 지사가 공식적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찬성과 반대의 주민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 제2공항 공론화 요구에 침묵, 주민갈등은 더욱 심해져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22일 열린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제주가 이렇게까지 갈등의 섬으로 변화한 적이 없다”며 “제주 환경을 고려한 합리적 의사결정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원 지사에게 제2공항 공론조사 실시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발언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4월 임시회 본회의서 원 지사에게 제주 제2공항 공론조사를 통해 제주도민의 의견을 모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 의장이 두 번이나 공개적으로 원 지사에게 갈등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원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한 공식적 발표보다는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공론화 불가의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원 지사는 20일 유튜브 개인방송 원더풀tv에서 제2공항 공론화 요구와 관련해 “도정질문에서 답변했다”며 기존의 공론화 불가 논리를 되풀이 했다.

원 지사는 4월 도정 질문에서 “제주도가 요구해서 정부와 추진하는 사항인데 이제 와서 제주도가 제3자처럼 반대쪽에 서는 것은 일관성에 맞지 않는다”며 “여러 문제점을 모으고 풀어야지 제주도가 제주2공항 추진을 부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20일 방송 이외에도 15일, 4월22일, 4월29일 등 여러 차례 원더풀tv를 통해 제주2공항 문제를 다뤘지만 공시적으로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서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제주도의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는 20일 성명을 통해 “원 지사는 시민사회와 도의회 의장의 공론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제2공항 건설의 당위성과 관련 주변계획들을 쏟아 내고 있다”며 “이 같은 행보는 결국 도민사회 분열만 조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는 23일 제주도체육회관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 과제 발굴 도민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제2공항사업 찬성측과 반대측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욕설과 몸싸움 등이 이어지면서 국토연구원의 설명만 진행되고 도민 의견 청취는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제주도의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주도의회는 22일 김석태 의장의 직권으로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 조례개정안’ 상정을 보류했다.

개정조례안은 조례로 결정하는 공공시설 가운데 보전지구의 각 1등급지역 안에서 설치할 수 없는 시설에 ‘항만’과 ‘공항’을 추가했다.

현행 조례는 관리보전지구 1등급 지역이라도 도로, 전기·가스, 하수·방재, 공항·항만 등 공공 목적의 시설은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제주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 등 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측과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측은 22일 도의회 본회의를 앞두고 각각 도의회 정문에서 각각 해당 조례안의 ‘폐기’와 ‘통과’를 요구했다.

조례 개정이 제2공항과 연계되면서 조례 개정 찬반이 제2공항 찬반 프레임으로 비춰지는 것에 제주도의회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