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석을 신청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재판부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당초 신 회장이 보석을 신청하며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던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 불안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다른 명분은 살아있어 재판부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26일 재계에 따르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달리 신 회장의 보석 여부를 놓고 재판부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은 그동안 세 차례 보석을 신청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보석 신청은 신 회장의 보석 여부를 결정하는 서울고법 형사8부에서 기각됐다.
신 이사장은 18일 보석 심문에서 “뼈가 비틀어지는 듯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건강 문제를 호소했으나 닷새 만인 23일 기각됐다.
반면 신 회장의 마지막 보석 심문은 6월25일 이뤄졌으나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을 주요 이유로 내세웠으나 신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서 보석을 청구했던 명분은 약해졌다.
그러나 신 이사장과 달리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신 회장이 단 두 번의 공판만 남겨놓고 있다는 점에서 보석 허가를 받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지난해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하며 “BNK금융 임직원들의 증인신문이 대부분 마무리돼 보석을 허가하지 않을 사유가 더 이상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재단에 출연한 대기업의 총수 가운데
신동빈 회장만 구속됐다는 점,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롯데그룹의 피해가 매우 크다는 점 등을 놓고 동정 여론이 일각에서 일고 있는 것도 신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은 보석을 신청하며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이 위태롭다는 점, 재계 서열 5위의 그룹을 이끄는 처지에서 결코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점,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뇌물공여죄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보통 재판부가 보석을 놓고 두 달 안팎으로 숙고하는 점을 볼 때 8월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과거 그룹 총수가 보석을 신청해 받아들여진 사례가 여럿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건강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해 허가 받았다. 보석 심문이 보석을 신청한 지 두 달 만에 열렸으나 심문기일로부터 이틀 뒤 보석 허가가 떨어졌다.
지난해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은 첫 보석청구가 기각된 뒤 다시 보석을 신청해 넉 달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당시 두 번째 심문이 열린 지 2주 뒤 보석 청구가 인용됐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06년 보석을 청구한 지 한 달 만에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도망이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 현대차그룹의 경영공백 사태,
정몽구 회장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03년 첫 보석 신청이 기각됐고 두 번째 보석 신청은 두 달 만에 받아들여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