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초호화 변호인단’의 도움을 또 받게 될까?

전직 대법관 등으로 꾸려진 변호인단은 이 회장의 보석에 결정적 기여를 했는데 이 회장의 형사재판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의 다음 공판은 23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24일 결심 공판을 열고 이 회장 재판의 변론을 종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르면 8~9월에 선고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기소한 12개 혐의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가 재판부에서 얼마나 인정되느냐에 따라 형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4300억 원대의 회삿돈 횡령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와 임대주택법 위반, 입찰 방해, 공정거래법 위반 등 모두 12개 혐의로 2월에 구속기소됐다.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는 이 회장의 운명을 가를 핵심 혐의다.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실제 들어간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삼아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가를 책정해 1조 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우리(부영그룹)의 분양가 산정기준에 대해서는 법이 규정한대로 했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 회장의 친족이 운영하는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입찰 비리 혐의와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정황상 윗선에서의 부당한 지시가 있는 것 같았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회장이 법망을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위기탈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회장은 구속기소된 뒤 법무법인평산, 법무법인광장, 법무법인율촌 등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 20여 명이 포함된 변호인단을 꾸렸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대법관을 지냈던 김능환 율촌 변호사,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를 무죄로 이끌어낸 최동렬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변호인단에 포함돼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권변호사 1세대로 분류되는 이세중 변호사도 이 회장을 변호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민청학련 사건과 김지하 시인 재판 등 민주화 운동 인사 사건 130여 건을 무료로 변론한 것으로 유명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운동에도 참여했는데 현재 경영총수 공백상태인 부영그룹에서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변호인단은 앞서 열린 재판에서 검찰 측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이 회장 변호인들은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실제 투입 건축비 산정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대법원에서) 나오지 않았다”며 “법원에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대주택법 위반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절차를 밟아달라고 법원에 요구하며 이른바 ‘시간끌기’ 전략을 쓰기도 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요구를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때까지 재판과정이 중지된다.

변호인단이 이 회장에게 적용된 법 위반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은 임대주택법과 공정거래법 등 모두 4건이다.

이 회장이 최근 보석금 20억 원을 내고 구속 161일 만에 풀려난 것도 변호인단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의사출신의 검사가 “이중근 회장이 (구속 상태에서도) 일반 수감자들이라면 받지 못할 의료서비스를 받았기 때문에 구속상태로 재판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법원은 변호인단의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재판에서 변호인단이 큰 역할을 맡아왔다”며 “이 회장의 완전 무죄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면 고령을 이유로 한 ‘형집행중지’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전략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