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서 덜 익힌 햄버거를 먹고 발병했다는 ‘햄버거병’을 둘러싼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햄버거를 먹은 뒤 출혈성 장염에 신장장애 2급판정을 받은 피해자가 한국맥도날드를 고소한 사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이철희)에 배당했다고 6일 밝혔다.

형사2부는 지난해 가습기살균제사건을 맡아 처리하기도 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A양의 어머니 최은주씨는 딸이 햄버거를 먹은 뒤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려 신장 기능을 잃었다며 한국맥도날드를 5일 검찰에 고소했다.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은 황다연 법무법인 혜 변호사는 “사고 당시 4세였던 A양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고 2~3시간 뒤부터 복통이 시작됐다”며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올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지자 3일 뒤 중환자실에 입원해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고 2달이 지나 퇴원했지만 신장장애 2급의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주로 고기를 갈아서 덜 익혀 조리한 음식을 먹었을 때 생겨 햄버거병으로 불린다.

주로 어린아이들이나 노인에게 발병하는데 제대로 치료가 안되면 급성 신부전증이나 혈소판감소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에선 1982년 집단발병 사례가 보고됐으며 햄버거 속 덜 익힌 패티의 ‘O157 대장균’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황 변호사는 “맥도날드는 기계로 조리하기 때문에 덜 익힌 패티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매장에서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그릴의 설정이 잘못되면 패티가 제대로 익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 어린이는 신장이 90% 가까이 손상돼 배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제대로 조리를 했거나 조리도구를 구분해 사용하는 등 조금만 주의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극으로 맥도날드 측의 중대한 과실이고 고의”라고 말했다.

햄버거병을 놓고 소비자들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대응에 나섰다.

식약처는 햄버거를 판매하는 11개 프랜차이즈에 ‘가맹점에 제공하는 불고기 패티 원료의 관리와 보관, 조리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6일 오전 발송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우리는 식품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으며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를 바라며 앞으로 이뤄질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