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스티브 잡스의 같은 점, 다른 점  
▲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이 21일 공개한 새 TV광고는 ‘안철수가 안 나오는 안철수 광고’란 점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상반신 전체 모습을 담은 선거 포스터에 이어 또 한번의 파격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TV광고는 사진이나 이미지가 일절 등장하지 않고 안 후보의 업적을 문자 형식으로 담은 ‘타입모션’ 형태로 의사에서 벤처기업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동안의 행적 등을 조명했다.

특히 화면전체를 채우는 ‘한국의 스티브잡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는 ‘도전의 아이콘, 벤처정신’과 ‘안철수의 도전은 계속된다’는 문구 사이에 들어있다.

차고에서 컴퓨터를 조립하며 애플을 세워 세계 최대 IT기업으로 키워낸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의 상징성을 안 후보의 이미지에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안 후보는 정치인으로서도 '한국의 스티브 잡스'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안철수, ‘한국의 스티브 잡스’ 내세워

안 후보는 IT벤처기업인 출신답게 '잡스 사랑'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로 재직하던 2010년 CBS와 인터뷰에서 “잡스는 실력으로 정상에 선 사람이자 실패를 딛고 재기한 사람”이라며 “실패를 했다면 다시 기회를 주는 사회가 만들어져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이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의 같은 점, 다른 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TV광고에 등장한 '한국의 스티브잡스' 문구.
안 후보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며 잡스에 현재의 처지를 비유했고 올해 초 SBS와 인터뷰에서 잡스를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가수 전인권씨는 18일 공개지지를 선언하며 "안철수는 스티브 잡스와 같이 완벽증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컴퓨터 백신전문업체인 안철수연구소(현재 안랩)를 창업해 벤처기업의 성공신화를 써낸 1세대 기업인이자 국산 소프트웨어산업의 시초를 열었다.

안 후보는 개인적으로 개발해 배포해오던 백신을 안철수연구소 창업 뒤에도 계속 무료로 배포했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와 점유율을 확보했다.

과거 안 후보가 잡스의 업적을 언급하며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부분은 사업모델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아이폰을 출시하며 단말기 판매수익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태계를 도입해 추가적인 수익원과 경쟁력을 모두 확보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유료로 구매하는 사용자가 적은 국내 시장환경에서 안 후보는 사업초기에 수익모델을 놓고 같은 고민을 안았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연구소는 이후 기업용 유료백신과 네트워크보안, 데이터복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본격적으로 성장가도에 올랐다. 백신 무료배포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은 덕에 기업시장에서 영역확대에 빠른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력있는 사업에서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노리는 전략으로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부분유료화 사업모델을 도입한 셈이다.

2005년 안철수연구소 CEO에서 스스로 물러난 점도 한국기업에서 찾기 어려운 파격적 행보다. 안 후보는 당시 CEO의 영향력이 크면 회사가 발전하기 어렵다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안 후보가 불모지였던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태동기를 열며 ‘벤처 열풍’을 이끌고 수많은 IT기업들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이 IT산업 강국으로 거듭나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했던 셈이다. 

물론 안랩 지분을 창업주의 영향력을 이용해 낮은 가격으로 취득했다는 편법인수 논란도 있다. 안 후보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재벌기업의 경영승계 등에 흔히 활용되던 편법이란 점에서 도덕적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이런 정도의 논란을 빼면 기업인으로서 안 후보는 IT기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스티브 잡스’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말하기 무리가 없어 보인다. 

◆ 정치인 안철수, ‘갈 길 멀어’

정치인으로서는 어떨까? 

잡스가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단지 그가 기업인으로서 성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을 보인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의 같은 점, 다른 점  
▲ 2008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당시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가 안철수연구소 복귀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이 대선광고에 잡스를 내세운 것도 향후 정치인으로서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겠다는 상징적 의지로 읽힌다. 

그는 2015년 12월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마찰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며 “스티브 잡스도 과거 애플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잡스는 1985년 컴퓨터 ‘매킨토시’의 판매부진으로 존 스컬리 전 CEO의 압박에 애플을 떠나 소프트웨어기업 넥스트를 창업했다. 이후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며 12년 만에 CEO에 복귀했다.

안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뒤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총선에서 기대 밖의 성과를 내며 정치적인 세력기반을 마련했다. 애플에서 쫓겨났다 복귀한 잡스의 궤적과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최근 행보를 놓고 보면 그가 정치에서도 혁신과 변화를 보여줄 지 의문도 커진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는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주무기로 삼아 보수표를 구걸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동안 대선 때마다 등장했던 구시대의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대진영에서 나온 비판이긴 하나 꼭 틀린 말인 것도 아니다. 대선이 본격화하면서 안 후보는 젊은 유권자를 노려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기보다 보수층과 지역민심, 중장년층의 표심을 잡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안 후보를 둘러싸고 나오는 의혹도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특혜채용 의혹과 비서관에 대한 ‘갑질’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후 조종설 등 변화와 혁신의 이미지에 특히 더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는 23일 TV토론에서 '갑철수'와 'MB 아바타'를 직접 언급하며 억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잡스의 면면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기억하는 것이 있다. 그는 원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이 나올 경우 임직원에 폭언을 쏟아내거나 단칼에 해고하는 등 ‘갑횡포’로도 유명했다. 완벽주의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잡스가 불통과 독선, 고집, 오만함의 아이콘이었다는 평가도 부인하기 어렵다.

안 후보가 잡스의 이런 점까지 닮고 싶어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서도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을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과 의지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스티브잡스!'란 구호를 외쳐도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