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테이너선이 1일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로 입항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거나 한쪽을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 역량과 자본, 국제 협력 관계를 활용해 글로벌 기술·투자 질서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5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기술과 표준, 공급업체 관계, 투자 결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도체와 조선, 배터리, 디스플레이, 통신 산업의 경쟁력과 정책금융·수출금융기관의 역량이 이러한 주도권 확보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CSIS는 한국이 국제 표준 기구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지만 표준 채택과 기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잠재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표준 관련 전문성과 재원을 한국 기업이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고 미국·유럽연합(EU)·신흥시장과의 산업 협력 및 금융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처럼 영향력을 키우면 한국은 다른 국가가 정한 무역·투자 규범을 따라가는 처지에서 벗어나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성장 전망과 경제 안보를 함께 강화할 수 있다고 CSIS는 전망했다.
이와 함께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성장 기반 강화,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력 제고, 국제 협력을 통한 산업 역량 강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구체적 과제로는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와 전문인력 이민 확대, 중소기업 지원 방식 개편,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 등이 제시됐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통한 수출시장 다변화도 과제로 꼽혔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회원국 간 관세 인하 등을 통해 교역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농축수산업계의 피해 우려와 반발 등을 고려해 가입 시기를 조정하면서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협력 측면에서는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과 핵심 광물 분야에서 한미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도 언급됐다.
CSIS는 1960년대 이후 수출 주도 성장이 저소득 국가였던 한국을 기술 강국으로 탈바꿈시켰지만, 당시 성장을 뒷받침했던 노동력 증가와 제조업 투자, 세계 시장 접근성, 안정적인 무역 규범 등 한국 경제 안팎의 여건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자본 축적의 성장 효과가 약해지는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선도 제조기업과 다른 산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술 자립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한국 기업의 기존 수출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이 무역 제한을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역시 무역수지 재조정을 자국 시장 접근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무역과 투자, 핵심 원자재 통제를 자국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만으로는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CSIS는 “수출 성공만으로는 한국의 경제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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