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주주들이 스페이스X와 합병 과정에서 주가 프리미엄으로 반드시 이익을 보지는 않을 수 있다는 외신의 지적이 나왔다. 유사한 방식의 합병 사례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사례가 있고 일론 머스크 CEO의 의결권도 과반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스페이스X CEO. <연합뉴스>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높은 주가 프리미엄을 제시할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고 회사 통합 뒤 시너지도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8일 로이터와 배런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추진에는 투자자들이 우려해야 할 만한 요소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이 지난 2일(현지시각) 광통신 부품업체 루멘텀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동반 주가 하락세를 보인 사례를 이런 시각의 근거로 들었다.
마벨은 루멘텀 주식을 합병 발표 직전의 주가보다 약 24% 높은 주당 1132달러로 평가해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대금은 현금이 아닌 마벨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합병을 발표한 날 루멘텀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19% 하락한 684.40달러로 장을 마쳤다. 마벨이 제시한 인수가격보다 약 40% 낮은 수준에 머무른 셈이다.
마벨 주가도 약 13% 떨어진 171.41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4거래일 만에 1천억 달러(약 134조 원) 감소했다.
배런스는 장기간 이어질 인수합병 심사 및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 사업모델이 서로 다른 기업들 사이의 통합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인수대금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인수 대상인 기업의 주가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도 투자자들이 실제로 이익을 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배런스는 마벨과 루멘텀의 사례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주주들에게도 시사점을 남긴다고 바라봤다. 이와 유사한 방식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10월20일 스페이스X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 이사회가 각각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의 기대나 증권가의 추측에 머무르고 있던 두 회사의 합병이 실제로 검토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준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JP모간과 RBC캐피털 등 투자기관은 테슬라 주가에 20~35%의 프리미엄이 붙은 채로 스페이스X와 합병 비율을 산정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자연히 테슬라 주주들 사이에서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차익을 기대하는 여론이 힘을 받았다.
▲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에 건설하는 '테라팹' 반도체 공장 예상 조감도. <스페이스X>
다만 배런스는 마벨과 루멘텀의 사례처럼 합병을 앞두고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가가 모두 하락하면 주주들이 이러한 프리미엄을 통해 이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실제로 합병이 발표된 이후 두 기업 주가에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로이터는 3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 CEO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이 성사된 이후 과반이 넘는 절대적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로 지목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보고서를 내고 머스크 CEO가 테슬라에서 1조 달러(약 1341조 원) 규모의 주식 보상을 받더라도 의결권은 약 29%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테슬라 이사회는 2025년 말 머스크 CEO가 경영 목표를 모두 달성하면 최대 1조 달러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안건을 제시했다. 이는 주주총회를 통과해 확정됐다.
반면 바클레이스는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하면 머스크 CEO가 현재 기업가치 기준 자동적으로 총 56%의 의결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머스크 CEO가 보유한 스페이스X 주식 일부에는 일반 주식의 10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이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로이터는 머스크 CEO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에 성공한다면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두 기업에 모두 절대적 의결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해당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머스크 CEO는 이론적으로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주주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단독 의결권으로 모든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자연히 머스크 CEO를 제외한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어긋나는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배런스는 주주들이 머스크 CEO의 사업 구상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어 마벨과 루멘텀의 주가 하락 사례가 유사하게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전기차와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 우주항공 및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결합해 수직계열화된 사업 구조를 갖춰내는 방안을 추진한다.
결국 머스크 CEO가 테슬라 주주들의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려면 스페이스X와 통합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일이 계속 과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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