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가 택배노조와의 업계 최초 원하청교섭에서 '택배수수료 인상', '주 5일제 근무' 시행 요구를 맞닥뜨리며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택배노조는 최근 ‘배송 수수료 인상’과 ‘주 5일제 도입’ 등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내놓으면서 정부, 택배사, 대리점 등이 함께 모인 택배 업계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이같은 쟁점을 논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는 국내 택배 시장의 단가 인하 경쟁으로 택배 부문 이익이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추가 수수료 인상 요구를 맞닥뜨리며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22일 롯데글로벌로지스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회사와 택배노조 롯데본부 간 원하청 교섭은 기본협약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협약은 어떤 의제를 교섭 대상으로 삼을지, 누가 교섭위원이 될지, 교섭의 주기는 얼마로 할지, 교섭위원의 지위와 처우를 어떻게 할지 등을 사전에 양측이 합의하는 것이다. 업계 최초의 원하청 교섭인 만큼 ‘교섭 진행의 룰’을 사전에 합의하자는 취지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택배노조 롯데본부는 지난 7월10일 최초 상견례 이후 9월11일 4차 교섭까지 진행했다. 노조 측은 본격 협상 개시를 위해 회사에 기본협약의 체결을 요구했지만, 교섭 대상 의제 설정을 놓고 양 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본협약 쟁점과 관련해 당사는 택배서비스 종사자의 작업 환경·여건 개선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논의 중”이라며 “다만 당사와 노조 양측 모두 개별 기업 단위 첫 단체 교섭인 만큼 서로 조심스럽게 의견을 모으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기본협약 체결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택배노조 롯데본부는 지난 15일 △택배안전수수료 체계 도입 △최저 수수료 820원→900원 인상 △주 5일 근무 전면 시행 및 수입감소분 보전 △신규 급지(배송지) 체계 변경 철회 △집배송 애플리케이션 사용료 폐지 △간선 차량 지연 대책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원청 교섭 핵심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요구안 가운데 ‘택배 안전 수수료 도입’, ‘주 5일 근무 시행’ 등은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비롯해 CJ대한통운·한진 소속 택배기사들도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핵심 쟁점 사안이다. 택배노조는 오는 30일 열릴 예정인 택배 업계의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이런 의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또 택배노조는 오는 10월18일 오후 서울 남대문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각 사 본부별로 돌아가며 이같은 공통된 요구를 주장하는 원청 교섭 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택배안전수수료는 배송 건당 수수료를 지급했던 기존 수수료 체계가 유발하는 택배기사의 과중한 배송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안된 수수료다.
구체적으로는 △수수료 하한선 설정 △부피·무게 등 배송 난도를 반영한 수수료 등급 체계 마련 △물가 상승과 연동한 수수료 조정 등을 통해 택배기사들의 안정적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택배노조 측은 택배 안전 수수료가 ‘수입 감소없는 주 5일 근무 시행’과 연계된 의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수입 감소 없는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지난 2025년 CJ대한통운을 시작으로 국내 택배사들이 순차적으로 주 7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2026년 1월부터 전국 시 지역(일부 읍·면·리 제외)에서 주 7일 배송을 시작했다.
각 택배사는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택배기사들이 더 많은 배송 건수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과로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택배 노조 측 주장이다.
택배노조의 이러한 요구안 등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미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까지 떨어진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사업의 추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 부문(라스트마일 본부)은 올해 상반기 매출 6548억 원, 영업이익 5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3% 감소, 영업이익은 93.5% 줄어든 수치다.
국내 택배 업계의 치킨게임으로 택배 단가 상승이 제한되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주 7일 배송을 2026년 초부터 시행하면서 비용이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이번 교섭이 지난 3월 개정된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노조와 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