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기술소재부문 대표가 '곰팡이 단백질'로 불리는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한 식품소재 사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천연 조미소재 브랜드 '테이스트앤리치(TasteNrich)'의 영역을 기존 맛 보완 소재에서 단백질 원료 소재로 넓히고 있는 것인데 회사의 새로운 성장축을 갖추겠다는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기술소재부문 대표가 '곰팡이 단백질'로 불리는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한 식품소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 CJ제일제당 >


22일 CJ제일제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윤석환 대표가 기술소재부문의 성장축을 넓히기 위해 테이스트앤리치를 조미소재에서 단백질 소재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CJ제일제당은 16일 '테이스트앤리치 마이코프로틴(TasteNrich MYCOPROTEIN)' 상표를 출원했다.

마이코프로틴은 '푸사리움 베네나툼' 등 진균(버섯, 곰팡이 등 균의 일종)을 발효조에서 배양해 얻는 대체 단백질이다. 균이 포도당 등을 먹고 자라면서 실 모양의 균사체를 형성하고 이를 수확·정제하면 식품의 단백질 함량을 높이거나 식감과 풍미를 보완하는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마이코프로틴을 성형해 버거 패티, 너겟, 소시지 등 육류 대체식품으로 가공하기도 한다. 고단백, 저지방, 고식이섬유 특성을 갖춘 데다 섬유질 구조가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내기 쉬워 식물성 단백질을 잇는 차세대 대체 단백질로 꼽힌다.

축산물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과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CJ제일제당이 테이스트앤리치 관련 상표를 출원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다만 이번 상표 출원이 눈에 띄는 이유는 테이스트앤리치의 기존 사업 영역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테이스트앤리치는 CJ제일제당이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천연 조미소재 브랜드다. 그동안은 저염 식품의 짠맛을 보완하거나 식물성 단백질 특유의 이미와 이취를 줄이는 '맛 설계' 솔루션에 가까웠다. 대체육 시장에서도 직접 고기대용품을 만드는 쪽보다는 식물성 단백질 제품의 맛과 풍미를 보완하는 원료 공급자 역할이 컸다.

하지만 이번 상표 지정상품에는 마이코프로틴을 포함하는 단백질, 단백질 기반 고기대용품, 진균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한 인조육 가공식품과 스낵류 등이 포함됐다.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한 단백질 강화 소재와 고객사 맞춤형 솔루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체육을 직접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 사이 거래(B2B) 용도로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한 단백질 증진제 등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테이스트앤리치에서 미생물 발효 기반 천연 조미소재를 대량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마이코프로틴을 더하면 기존의 맛 보완 기능에 단백질 강화 기능까지 얹을 수 있다. 이는 고객사가 고단백 식품, 대체식품, 건강지향 식품을 개발할 때 필요한 소재 라인업을 넓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흐름은 CJ제일제당의 조직개편과도 맞물린다.

CJ제일제당은 7월 기존 식품·바이오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체제를 라이프스타일식품, 기술소재, 핵심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재편했다.

이 가운데 기술소재부문은 핵산, 테이스트앤리치, 생분해 소재 PHA 등을 앞세운 고부가 솔루션 사업으로 분류됐다. 윤석환 대표는 직접 기술소재부문장을 겸임하며 CJ제일제당의 체질 개선에 힘을 싣고 있다.

▲ CJ제일제당은 천연 조미소재 브랜드 '테이스트앤리치(TasteNrich)'를 통해 미생물 발효 기반 천연 조미소재를 대량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CJ제일제당의 테이스트앤리치 제품 3종. < CJ제일제당 >


윤 대표 입장에서는 테이스트앤리치의 보폭 확대가 중요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CJ제일제당이 기술소재부문을 별도 성장축으로 세운 이상 기존 소재 공급을 넘어 고객사 제품 개발을 돕는 솔루션 사업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테이스트앤리치의 글로벌 접점을 넓히고 있다.

1일 싱가포르에 문을 연 글로벌 테크니컬 센터는 미국 시카고와 네덜란드 바헤닝언에 이은 세 번째 글로벌 기술지원 거점이다. 7월에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기술전시회 'IFT퍼스트 2026'에 참가해 '테이스트앤리치 테이스트 랩' 체험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마이코프로틴은 유용한 단백질 소재라는 점 때문에 예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대체육 기업인 퀀(Quorn)은 1985년 마이코프로틴 기반 제품을 출시했다. 퀀은 푸사리움 베네나툼 균주를 활용해 너겟, 패티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마이코프로틴 시장을 개척했다. 국내에서도 노브랜드버거가 2021년 퀀 제품을 활용한 '노치킨너겟'을 선보인 적이 있다.

미국의 네이처스파인드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발견한 균주를 활용해 '파이프로틴(Fy Protein)'을, 마찬가지로 미국의 미애티는 뉴로스포라 크라사 균주 기반의 '머시룸루트'를 앞세우고 있다. 일본에서도 아그로루덴스가 마이코프로틴 브랜드 '우마미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마이코프로틴 소재가 쓰일 수 있는 고단백 식품과 대체 단백질 시장의 성장성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테크사이리서치는 곰팡이 단백질 시장이 2024년 39억8천만 달러에서 2030년 54억7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