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올해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유엔총회에 모인 전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전례 없는 슈퍼 엘니뇨에 대응해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엘니뇨로 올가을과 겨울에 걸쳐 심각한 폭풍과 홍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배수 시설의 대대적인 정비와 도로 및 주요 교량에 대한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중부 및 동태평양 해역(엘니뇨 감시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1991~2020년 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홍수, 가뭄, 폭염 등 자연재해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엘니뇨 감시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강한 엘니뇨를 기상학계에서는 '슈퍼 엘니뇨'라고 부른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엘니뇨 감시 해역의 9월 기준 평균 수온은 평년치 대비 약 3.05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기상 관측 역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강도를 보이고 있다.
동태평양 인접국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아나돌루 통신과 페루 관보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페루, 에콰도르, 파나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 중앙정부들은 지난달부터 잇달아 비상사태 또는 적색경보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중남미 국가 정부는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할 근거를 마련, 준비와 대응 체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18일(현지시각) 국제구호위원회(IRC)는 이들 지역에 대규모 식량난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에 도착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디언의 같은 날 보도를 보면 1997~1998년 슈퍼 엘니뇨 당시 전 세계가 입은 경제적 손실 규모는 약 5조7천억 달러(약 7760조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감소한 세계 총생산(GDP) 약 2조 달러(약 2723조 원)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현재 진행 중인 슈퍼 엘니뇨의 강도가 1997~1998년 당시보다 더욱 강력하다는 점에서 경제적 피해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 미국 뉴욕에서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은 엘니뇨 피해 사례를 경고하며 기후행동 강화를 촉구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변덕스러운 날씨가 더 빈번해지고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며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의 규모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비용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주는 기록적 엘니뇨 현상이 예보됨에 따라 태평양 도서국가들과 함께 극심한 폭염, 산불, 홍수가 발생할 여름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의 무라트 쿠룸 국토환경개발부 장관은 뉴욕 기후주간 행사에서 "오는 11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에서는 화석연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경제 전반의 전기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2035년까지 국가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35%를 전기화하는 '35 by 35'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최종 에너지 소비량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인데 이를 10년 안에 35%까지 높이자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오는 11월 COP31을 호주와 공동 개최하며 쿠룸 장관은 COP31 의장을 맡고 있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도 같은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겪은 화석연료 가격 롤러코스터만 보더라도 친환경 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독립은 경제 안보의 필수 요건"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은 환경 보호를 넘어 경제, 정치, 안보 전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 기후주간을 주최한 국제 기후단체 '클라이밋그룹'의 헬렌 클락슨 최고경영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기후 침묵'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정치적 결단을 평가했다.
기후총회를 주관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각국 정부의 기후대응 강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히말라야의 비극부터 폭염, 슈퍼 엘니뇨까지 기후변화는 국가 경제와 안보 전반의 비상사태가 됐다"며 "자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지도자라면 화석연료 감축과 회복력 강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