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이 중화권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북미 중심 브랜드인 자회사 코스알엑스의 홍콩법인을 설립하면서 이전과 다른 전략으로 중화권 시장에 재도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중화권 공략의 열쇠가 '프리미엄'이었다면 앞으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김승환 중화권 공략 재시동, '럭셔리' 벗고 '가성비' 코스알엑스로 재도전

▲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이 13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2026 뷰티 CEO 서밋'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19일 아모레퍼시픽 동향을 종합하면 김승환 사장이 중화권 사업을 재정비하는 데 중점을 두는 곳은 바로 자회사 코스알엑스로 여겨진다.

김 사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중국 사업 반등이라는 과제를 계속 안고 있었다.

김 사장은 2023년 3월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로 발탁됐는데 당시 업계에서는 침체된 중국 사업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부여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 사장은 서경배 회장과 같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6년 아모레퍼시픽 입사 이후 해외사업을 총괄해왔다. 특히 2014년에는 중국 선양·상하이 신규법인 설립과 설화수·이니스프리·에뛰드 등의 중국 진출을 주도하며 그룹 내부에서 '전략통'으로 입지를 다졌다.

대표 발탁 이후에는 중국 시장에서 설화수를 앞세운 '럭셔리' 전략과 온라인 판매 확대에 힘을 실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중국 시장에서 고급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를 핵심으로 내세웠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시기를 거친 뒤라 현지에서 입지를 바로잡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김 사장이 투입됐음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사업에서 영업손실 432억 원을 봤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그나마 도움을 준 회사는 바로 코스알엑스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국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인수했다. 북미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로 유명했는데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튼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코스알엑스 인수 금액은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김승환 사장도 코스알엑스에 힘을 싣고 있다. 코스알엑스 대표이사는 전상훈 창업주인데 김 사장 역시 2024년부터 이 회사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스알엑스가 중국보다 북미 시장에서 먼저 성장한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동안 김 사장이 기존 중국 중심 전략에서 한발 물러났다는 시선이 많았다. 실제로 2025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코스알엑스의 매출 비중은 북미 38%, 아시아 23%, 한국 15%, 기타 지역 24%로 구성돼 있다.
 
아모레퍼시픽 김승환 중화권 공략 재시동, '럭셔리' 벗고 '가성비' 코스알엑스로 재도전

▲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케어 자회사 '코스알엑스'는 올해 2월 100% 출자 형식으로 홍콩 법인을 설립했다. <아모레퍼시픽>


다만 최근에는 코스알엑스가 북미 중심 사업 구조에 어느 정도 안착했다고 판단해 김 사장이 이를 중화권 사업 확대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코스알엑스는 올해 2월 100% 출자 형식으로 홍콩 법인을 설립했다. 코스알엑스가 해외 법인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사장 체제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중화권 공략 전략은 앞으로 이전과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설화수를 앞세운 '럭셔리' 화장품을 중화권 고객 공략의 핵심 열쇠로 꼽았다면 앞으로는 코스알엑스를 중심으로 한 '가성비·기능성' 전략으로 고객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코스알엑스는 2013년 설립된 저자극 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로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고기능성 제품에도 합리적 가격으로 2018년 아마존 입점 이후 북미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혔고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바이럴(입소문) 전략으로도 주목받았다.

이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전략과 가장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가격이다. 설화수의 대표 제품 '자정 앰플 세럼' 가격은 15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코스알엑스의 '어드밴스드 비타민C 세럼'은 3만 원대 수준이다.

또 홍콩은 중국 본토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연결할 수 있는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김 사장이 과거 중국 단일 시장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중화권 전반으로 시장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13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2026 뷰티 CEO 서밋'을 통해 "K뷰티는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코스알엑스를 비롯한 각 브랜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