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제일제당과 이마트가 2024년 8월30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김상익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 박민석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 이형순 이마트 가정간편식담당. < CJ제일제당 >
이마트는 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집객력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 전략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상품본부의 통합매입 역량이 더욱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황 본부장이 이마트·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이마트24 등 3사 상품본부를 묶은 통합매입 전략으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이마트 실적 개선의 폭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이마트의 전략을 종합해보면 올해 경영 방향인 가격과 점포 중심의 본업 경쟁력 회복을 달성하는 데 상품본부의 역량이 중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품·마케팅·점포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외형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며 “단독·차별화 상품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집객력을 높이겠다”며 이를 위해 통합매입 전략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 같은 전략의 뒷받침할 핵심 조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품본부다.
유통업의 특성상 매입 단가는 곧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상품본부는 상품 소싱과 가격 협상, 기획까지 담당하는 조직으로 매입 조건을 결정하는 핵심 부서다. 그만큼 상품본부의 역할이 실적과 직결되는 구조다.
실제 비용 구조에서도 상품 매입의 중요성은 뚜렷이 드러난다.
이마트가 지난해 총비용으로 쓴 약 28조6500억 원 가운데 원재료·부재료 및 상품 매입액은 약 16조8900억 원으로 60%가량을 차지한다. 매입 조건에 따라 이익이 좌우된다고 봐도 무방한 수치다.
이마트 상품본부는 통합 이후 단순 물량을 합치는 수준을 넘어 상품 기획 단계부터 3사 공용 상품을 설계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합병한 뒤 상품본부를 가장 먼저 통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가격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매입 구조부터 재편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라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황운기 본부장의 위상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에서 상품본부는 상징성이 큰 자리다.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상품을 조달하는 첫 출발이 바로 상품본부라는 점에서 유통업계에서는 상품본부장을 사실상의 2인자 자리라고 보기도 한다.
이마트에서도 상품본부의 위상은 크다. 총 9개 본부 가운데서도 상품본부의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상품본부가 회사의 핵심 수익 구조와 직결된 조직이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마트를 이끌었던 이갑수 전 대표이사 사장은 상품본부 마케팅담당을 거쳤으며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는 2017년 이마트 상품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임원 보상에서도 상품본부의 중요성을 드러낸 바 있다.
이마트는 지난 1월 임원 9명에게 보통주 864주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했다. 대상에는 한채양 대표이사 사장과 황운기 본부장을 비롯해 주요 사업부 임원들이 포함됐다.
지급 명단에는 지난해 상품본부 출신 임원이 다수가 포함됐다. RSU가 전년도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품본부의 기여도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기준 상품본부 소속 임원은 황운기 본부장, 남호원 가정간편식담당 상무, 이형순 트레이더스사업부장 상무, 김동민 델리·신선가공담당 상무 등 4명이다.
▲ 이마트가 올해 통합매입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마트 자체 브랜드 ‘5K프라이스’ 통합매장. <이마트>
황 본부장은 2023년 9월 실시된 신세계그룹의 정기인사에서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3사 상품본부의 통합을 맡아 조직 안정과 개편을 병행했다. 현재까지 2년 반 동안 통합 상품본부를 이끌며 통합체계를 안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전 품목을 5천 원 이하로 구성한 자체 브랜드 ‘5K프라이스’를 선보였다. 전국 370여 개 매장과 SSG닷컴 배송망을 통해 판매 채널도 확대했다.
5K프라이스는 3사 바잉파워를 결합해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출시 이후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5K프라이스 매출은 2026년 3월 기준 2025년 8월보다 약 4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황운기 본부장은 “5K프라이스가 식품을 넘어 생활용품과 소형가전까지 확장된 것은 초저가 시장에서도 이마트의 상품 기획력과 매입 경쟁력이 통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이마트·트레이더스·에브리데이 등 통합 3사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통합매입 체계 효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부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할인점사업부(이마트)는 1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24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같은 기간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은 16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42.1% 증가했고 에브리데이는 5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81.0% 늘었다.
다만 통합매입 효과를 지속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마트는 올해 통합매입 2년차에 접어들며 매입 규모 확대와 차별화 상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매입 규모 확대가 실제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연간 전략의 방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황 본부장의 실행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본부장은 1970년생으로 전남대학교를 졸업한 뒤 1996년 신세계에 입사했다. 이마트 가전문화담당, 헬스&뷰티담당, 가공담당과 그로서리본부장을 거쳐 2021년 SSG닷컴 상품본부장을 맡았다.
2022년 10월 이마트 상품본부장을 맡았고 2023년 9월에는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 상품본부장도 겸임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통합매입을 통해 확보한 원가 개선 효과를 가격에 투자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도 고객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 수 있도록 5K프라이스, 노브랜드, T스탠다드 등 가성비 자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더욱 견고히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