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리아와 노브랜드버거 등 토종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롯데리아 리아불고기 세트. <롯데GRS>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데도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것을 놓고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기조에 눈치를 보기 때문 아니냐는 시선까지 나온다.
다만 두 회사의 입장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롯데리아는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고 있는 덕분에 원가 압박을 견딜 체력이 상대적으로 큰 반면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 수준인 노브랜드버거는 애가 탈 것으로 보인다.
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는 가운데 롯데리아와 노브랜드버거 등 토종 브랜드는 아직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맥도날드는 2월20일 단품 기준 메뉴 35개 가격을 평균 약 2.4% 인상했다. 버거킹도 2월12일 단품 기준 49개 메뉴 가격을 평균 2.5% 올렸다. 두 회사 모두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인상 배경으로 들었다.
반면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와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는 아직 가격 인상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토종 브랜드가 가격 인상에 좀처럼 나서지 못하는 배경을 두고 정치적 이유를 거론하는 시선들이 고개를 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최근 식품업계를 둘러싸고 정부의 서슬이 퍼런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5년 6월 “라면 한 개에 2천 원 한다는데 진짜냐”고 언급하며 식품 물가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같은 해 9월에도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며 식품 가격에 지속된 관심을 드러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가격 인상을 추진해 정부의 기조에 어긋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일 필요는 적어 보인다.
과거에도 고물가 상황에서 정부의 공개 발언 이후 식품기업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일부 제품 가격을 내린 사례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밀가루 국제가격 하락을 언급하며 라면값 인하를 압박하자 농심과 오뚜기 등이 가격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물가 인상 이슈와 관련해 특히 롯데리아와 노브랜드버거는 각각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두 그룹 모두 유통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롯데리아와 노브랜드버거 두 회사는 겉으로 보면 가격 인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있지만 속사정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노브랜드버거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는 2025년 중단영업을 제외한 연결기준 매출 1조2332억 원, 영업이익 48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0.4%에 그쳤다. 2024년에는 매출 1조2593억 원과 영업이익 1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상승은 수익성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는 구조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가격 인상을 자제하게 된다면 적자 전환도 안심하기 힘들다.
▲ 햄버거의 주요 원재료인 달걀과 쇠고기, 돼지고기 등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노브랜드버거 그릴드불고기. <신세계푸드>
반면 롯데GRS는 2025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 8221억 원, 영업이익 536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6.5%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 3.9%에서 끌어올린 값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통상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이 5%를 넘으면 선전했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여유로운 축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GRS 관계자는 “2025년 영업이익률 상승에는 롯데리아 브랜드력 강화를 통한 점당 매출 증대와 인천국제공항 컨세션 점포 오픈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를 향한 원가 부담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을 100으로 한 생활물가지수 기준 달걀 가격은 2025년 1월 133.29에서 올해 1월 142.34로 올랐다. 수입 쇠고기는 같은 기간 137.33에서 147.19로, 돼지고기는 123.11에서 126.65로 상승했다.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 역시 지속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국내 브랜드만 가격 인상을 주저하는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투자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 전략도 변수로 꼽힌다. 노브랜드버거는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내세운 브랜드라는 점에서 가격 인상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GRS와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현재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