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수출통제 위협에 일본 발빠른 대응, 공급망 탈중국에 실마리 되나

▲ 일본 탐사선 치큐호가 1월18일 도쿄 남쪽 미나미토리시마 해상에서 심해 희토류 채굴 장비를 내려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당했음에도 보조금 지급과 공급망 다변화를 비롯한 대응책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을 상대로도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있는데 일본의 대처를 통해 탈중국 공급망 구축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일 닛케이아시아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일본은 희토류 공급망에서 탈중국하겠다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환경부는 2026 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예산에 60억 엔(약 550억 원)을 추가 편성하고 이를 희토류 재활용 인프라 구축 사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정부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 첨단 제조업 제품에 핵심 소재인 희토류는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90% 점유율을 차지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본은 2월2일 최동단인 미나미토리시마섬 인근 해역에서 희토류를 함유한 퇴적물을 채취하고 해저 희토류 채굴도 추진한다. 

또한 일본은 미국과 지난해 10월28일 발표한 5500억 달러(약 787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액 가운데 일부를 희토류를 비롯한 공급망 강화에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21일에 출범한 일본 다카이치 정부는 경제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전면에 내세워 희토류 공급망 독립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월2일 X 공식 계정에서 “심해 채굴은 일본산 희토류 산업화의 첫 걸음”이라며 “특정 국가에 의존을 피하고 공급망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희토류 자급 움직임의 배경에는 중국의 수출 통제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월24일 미쓰비시조선과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의 20곳 기업과 계열사를 ‘이중용도 물자’ 수출통제 대상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중물자는 민간과 군사 부문에 모두 쓸 수 있는 품목으로 희토류와 반도체 및 정밀 기계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희토류 수출통제 위협에 일본 발빠른 대응, 공급망 탈중국에 실마리 되나

▲ 각국 장관이 2월4일 미국 국무부가 워싱턴DC엥서 개최한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은 아직 희토류 수입 비중에서 중국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의 희토류 자급 시도는 한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실마리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의 대 일본 희토류 수출통제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개입 발언을 계기로 촉발돼 다른 국가에 똑같이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미국을 포함한 국가를 상태로 통상 협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던 적이 있다. 

더구나 중국의 앞선 대일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로 세계 희토류 가격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조사업체 아르거스미디어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희토류인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가격은 ㎏당 각각 960달러(약 137만 원)와 4천 달러(약 570만 원)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의 희토류 자급을 위한 대응 방식을 다른 곳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큰 셈이다. 

야스나가 타츠오 일본무역진흥협회 회장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중국이 금지한 품목을 사용한 부품이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에 공급되는 경우도 있다”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전 세계 공급망에 도전 과제”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과거에도 중장기적 대응을 통해 대중 희토류 의존도를 기존 90%에서 70%로 낮췄던 경험을 갖고 있다.

앞서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출통제를 당한 뒤 전략적 투자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다. 

당시 일본은 에너지자원 공공기관인 일본석유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통해 관련 투자를 늘렸고 토요타와 같은 민간 기업도 해외 여러 국가에서 희토류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활로를 찾았다. 

결국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를 먼저 당한 일본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여부가 다른 국가에도 참고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씽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일본은 10년 이상 전략적 투자와 공급망 다변화를 거듭해 왔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 이를 참고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