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희 포스텍 전임연구원 박사가 4일 베트남 롯데호텔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창희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전임연구원 박사(사이투스 대표)는 4일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에서 은행들이 위험관리 역량을 더욱 고도화해야 하는 배경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은행은 금융소비자들에게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자를 주는 곳이다. 다만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은행의 역할은 달라진다. 경제적 충격을 견디는 것, 단단한 건전성을 기반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깨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된다.
문제는 은행들의 건전성을 뒤흔드는 사건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경제가 화폐 발행·부채 확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경기침체(Recession), 금융위기, 부채축소(디레버리징)의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 한국 금융시장의 위치를 경기침체라고 바라봤다.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에 더욱 촉각을 세워야 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최 박사는 “최근 한국의 주가 지표를 보고, 주식시장이 좋다는 점에서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하지만 산업, 생산, 소비 등 경제 지표를 봤을 때는 한국이 경제침체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경제적 충격을 견디는 역량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 박사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분이 ‘30년째 똑같은 방법으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무엇을 개선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고 했다”며 “그래서 QVAR(분위 벡터 자기회귀, Quantile Vector Autoregression)을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QVAR은 계량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위기관리 모델이다. 특정 분위수를 지정하여 회귀 방정식을 생성하는 기법이다.
기존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사용하는 전통적 방식은 ‘VAR(벡터 자기회귀, Vector Autoregression)’다. 하지만 VAR은 IMF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극단적 사건(tail risk)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반면 QVAR은 최악의 상황에서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를 VAR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 최창희 포스텍 전임연구원 박사가 4일 베트남 롯데호텔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실제로 이날 제시된 자료를 보면 VAR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GDP 하락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 반면 QVAR 방식에서는 실제 하락 수준까지 가늠해보는 것이 가능했다.
최 박사는 “QVAR을 사용하면 극단적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가 더 정확하게 나온다”며 “이를 기반으로 차주의 채무불이행 가능성 변화를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면 은행의 위기관리 역량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QVAR을 활용한 스트레스 테스트 방식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최 박사는 현재 국내 시중은행과 QVAR 기반 스트레스테스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QVAR을 활용한 스트레스 테스트 개선을 권고하고 있으며 한국은행 역기 거시경제 예측 등에 QVAR을 이용하고 있다.
최 박사가 대표로 있는 사이투스는 포항공대에서 출자한 IT 회사다. 한국 금융회사들에 인공지능(AI)과 IT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최 박사는 아이오와대학교에서 보험계리학 석사,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콜로라도대학교에서 연구업무를 했으며 보험연구원 손해보험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조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