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17개 상임위 일제히 국감 돌입, 민주당 '내란 종식' vs 국힘 '이재명 실정'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2025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정권 교체 후 첫 국정감사의 막이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종식'을,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실정'을 정면 겨냥하며 맞서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7개월과 이재명 정부 5개월이 동시에 평가 대상이 되면서 벌써부터 실질적 성과 없는 '맹탕 국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17개 상임위원회는 13일 일제히 2025년 국정감사에 돌입했다. 이번 국정감사는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이어진다.

국감 첫날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감 출석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국감에 직접 출석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하리란 예상도 있었으나 관례와 같이 출석해 인사말을 했다.
 
국회 17개 상임위 일제히 국감 돌입, 민주당 '내란 종식' vs 국힘 '이재명 실정'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국감 인사말에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국감의 시작과 종료 시에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했던 종전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재판을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감 증언을 거부한 셈이다.

통상 대법원 국정감사에선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한 뒤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구해 퇴장했다. 하지만 이날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질의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고, 이에 조 대법원장은 국감장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국감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의원들 질의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에 대해 참고인 신분이라며 국감장에서 의원 질의를 듣도록 했다. 이후 조 대법원장은 약 90분간 참고인 신분으로 질의응답에 응한 뒤 이석 허가를 받아 자리를 떴다. 

이번 국감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출석 여부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별검사,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봉욱 민정수석을 반드시 국정감사장에 세울 것"이라며 "행정권력의 은폐를 밝히기 위해 반드시 김 부속실장을 국감장에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감사는 보통 여야의 '공수'가 뒤바뀐다. 야당이 여권 실정을 맹공하면서 '야당의 시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번 국감은 정권 교체 이후 처음 열리면서 전임 윤석열 정부와 현 이재명 정부를 동시에 겨누고 있어 물고 물리는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17개 상임위 일제히 국감 돌입, 민주당 '내란 종식' vs 국힘 '이재명 실정'

▲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8월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 배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민주당은 '내란 종식' 완수를 내세우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김현지 부속실장 국감 출석 등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 대왕고래 프로젝트,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계약 등 윤석열 정부 주요 정책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한미통상협상 교착,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부동산 폭등 움직임 등을 앞세워 여권을 압박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국감이 이른바 '맹탕국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장동혁 대표가 학업의 뜻이 없으신 것 같다"며 "야당으로서 국감에 임하는 어떤 학습이라든지 원래 국감이라고 하면 당 지도부가 의원들 모아놓고 교육도 시키고 전략도 짜서 각 분과별로 해서 다 이렇게 메시지를 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데 하는 것을 보면 '냉부해'(JTBC 냉장고를 부탁해) 가지고 또 흔들 것 같고 그다음에 김현지 이정도 가지고(흔들 것 같다)"라며 "국민의힘은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정감사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의 1년간 활동 실적을 평가하는 데, 역사적으로 역대 정부의 첫 국정감사는 '맹탕'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국정감사는 윤석열 정부 7개월, 이재명 정부 5개월이 평가 대상이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으로선 정부의 실정을 마냥 비판할 수 없는 처지다. 민주당도 현 정부 정책 방어보다는 전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과거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그랬다. 당시 국정감사는 박근혜 정부 9개월, 문재인 정부 3개월이 평가 대상이었다.

박진호 전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외교통상분과위원은 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과거에도 보면 집권 1년 차 국정감사는 별고 기대할 게 없다"며 "왜냐하면 여당 입장에서는 '뭐한 게 있어야지. 우리가 이제 정권 잡아서 이제 장관이 있고 차관이 있고 뭐 했는데 우리가 뭘 하냐. 그렇다고 해서 또 이 집권 1년 차 정부에서 그거 뭐 당신들이 다들 반대해서 그렇게 됐지 않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데 (그들이) 지금 이 정부, 현 정부 사람인데 그거는 제가 봤을 때 의미 없는 싸움이기 때문에 올해 국정감사는 별로 기대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