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국내외에서 배터리 재활용 사업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수명이 7~1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가 본격 보급된 이후 7년 이상이 흘러 앞으로 막대한 양의 전기차 폐배터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폐배터리 쏟아진다, K배터리 3사 재활용 강화로 '규제·원가' 대응 나서

▲ 국내 배터리 3사가 국내와 해외에서 배터리 재활용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사>


배터리 기업들은 폐배러리 재활용을 통해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생산 원가와 물류비 절감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1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25년 3조 원에서 2030년 70조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환경공단도 국내 전기차 페배터리 발생량이 2024년 1만4천 개에서 2030년 10만8천 개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폐배터리 재생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술 보유 기업들과 손잡고 재활용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데리슈브르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프랑스 북부에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곳에서 연간 2만 톤 규모의 스크랩(폐배터리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처리할 수 있다. 

북미에서는 도요타통상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 GMBI를 설립한다. 연간 1만3500톤에 달하는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을 내년부터 가동한다.

두 곳의 공장은 물리적 분해를 통해 스크랩을 황산니켈의 원료인 ‘블랙매스’로 가공한다. 이후 후처리 과정을 통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양극재 원료를 추출한다. 이를 양극재 제조사로 납품한 뒤 LG에너지솔루션이 다시 양극재를 공급받는 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 사업장은 기존 80% 수준이던 폐전극재료 용매(NMP) 재활용 효율을 97%까지 늘리는 신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SK온은 지난 8월 국내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 손잡고 미국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 스크랩을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SK온은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에서 발생한 배터리 스크랩을 에코프로에 공급한다. 에코프로는 전처리와 후처리를 통해 배터리 핵심원료를 추출한 뒤 양극재로 만들어 SK배터리아메리카에 재공급한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법인이 2024년 폐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사업을 하는 자회사 ‘볼트사이클 온’을 설립했다. SK온은 이 곳을 활용해 유럽연합(EU)의 폐배터리 환경 규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2023년 5월 ‘리사이클 연구 랩’을 신설하고, 배터리 소재 회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 헝가리 법인은 지난해 건식 방전 방식을 새로 도입했다. 방전 작업은 사용 후 배터리를 안전하게 이동하고, 재활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기존 습식 방전 방식은 방전 효율성이 떨어지고, 폐염수 처리 비용도 발생했으나 건식 방전 방식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삼성SDI는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 지분 8.6%를 취득하기도 했다. 성일하이텍은 폐배터리 전처리, 후처리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국내와 해외 곳곳에 재활용 거점을 두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공급받은 폐배터리에서 핵심 원료를 추출하고, 삼성SDI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업체에 이를 남품한다.
 
폐배터리 쏟아진다, K배터리 3사 재활용 강화로 '규제·원가' 대응 나서

▲ 폐배터리를 재처리해 만든 블랙매스(왼쪽)와 블랙파우더. <관세청>


유럽연합(EU)은 폐배터리와 관련한 친환경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재활용 효율을 65%까지 늘리도록 의무화하고, 2031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을 완전 의무화한다. 

한편 한국에서도 폐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2027년까지 법·제도·인프라를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과 거래활성화, 재생원료 사용·생산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차전지 관련 핵심광물의 가격 변동성과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2차전지 원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EU 등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핵심광물의 역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차전지 수요가 높은 지역·국가에서의 폐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원가 비중이 높은 니켈, 코발트 등의 원료를 자체 조달하고, 재활용 과정에서 물류비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서현 산업연구소 연구원은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도 완화할 수 있어 배터리 산업 경쟁력에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된다"며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사용 후 배터리 재제조·재사용·재활용 기반을 선제 구축하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