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FP배터리 너무 늦었나, 트럼프 압박에도 미국 전기차 회사 LFP배터리는 CATL로

▲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센터에서 열린 공급망 박람회장에서 7월18일 한 참가자가 CATL의 소듐 배터리 '낙스트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GM과 포드, 스텔란티스가 모두 중국 CATL과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협업을 맺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양산에 뒤늦게 뛰어들었는데 CATL이 유럽은 물론 미국 주요 전기차 업체까지 빠르게 영토를 늘려 고객 기반이 위축되는 모양새다.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완성차기업 GM은 CATL 중국 공장에서 LFP 배터리를 수입해 보급형 볼트 전기차에 탑재할 예정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세운 합작법인에서 LFP 배터리를 개발할 때까지 일단 2년 정도만 임시로 수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징검다리격 성격이란 얘기다.

이번 수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한화로 6조 원대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글로벌 기업과 맺었다"고 공시한 것과 다른 계약건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테슬라로 추정하는데 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이다. GM과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은 따로 추진하고 있다.

GM의 이번 결정은 미국 전기차 업체가 LFP 배터리를 시급히 공급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에 고율 관세를 비롯한 무역 장벽을 높였음에도 GM이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CATL 제품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포드와 스텔란티스까지 일명 미국 완성차 ‘빅3’로 묶이는 다른 업체도 CATL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12월10일 CATL과 스페인 사라고사 지역에 연산 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말부터 LFP 배터리를 생산해 유럽향 스텔란티스 차량에 탑재할 방침이다. 
 
포드 또한 CATL에서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미국 미시간주 마샬에 LFP 배터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올해 7월 기준 공정률 60%로 내년 생산에 돌입한다. 

미국 빅3가 예외 없이 LFP 배터리를 도입하려는 이유로 가격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니켈과 코발트 기반의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35% 정도 원가가 저렴해 관세나 세액공제 축소 등 비용 상승 요소에 대응할 수 있다. 

자동차 자문회사인 텔레메트리의 샘 아부엘사미드 부사장은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볼트도 어느 정도는 수익성을 갖출 수 있다”며 “GM에게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LFP배터리 너무 늦었나, 트럼프 압박에도 미국 전기차 회사 LFP배터리는 CATL로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태양광 충전소에서 2018년 10월22일 GM 볼트 차량이 충전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 개발 적정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배터리 3사가 프리미엄 배터리 전략을 고수했는데 전기차 업체 다수가 LFP 배터리를 적극 도입하자 그제서야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배터리 3사 가운데 전기차용 LFP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지난해 7월1일 르노와 39기가와트시 용량의 LFP 배터리를 올해 말부터 5년 동안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SK온과 삼성SDI는 LFP 배터리를 각각 내년과 2027년에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와 같은 완성차 기업이 미국과 유럽에서 당장 LFP 배터리를 찾고 있지만 양산 시점이 늦어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기술로 반전을 노리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 CATL이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주행거리를 늘리는 등 LFP 배터리 성능을 꾸준히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업체 패스트마켓의 코너 왓츠 원자재 분석가는 CNBC의 7월22일자 기사를 통해 “LFP 배터리 기술을 개선할수록 고비용의 전고체 배터리를 도입할 필요는 낮아진다”고 바라봤다. 

CATL은 올해 자본지출(CAPEX) 규모를 지난해보다 높일 것이라고 예고해 보수적 투자 기조로 돌아선 한국 배터리 3사와 생산 물량 격차도 벌어질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2일자 기사를 통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은 둔화했지만 CATL은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경쟁사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대비했다. 

요컨대 CATL이 미국 완성차 빅3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K-배터리는 LFP 배터리 개발과 양산이 더욱 시급한 상황에 직면했다. 

다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7월30일자 기사를 통해 “중국 내수 시장에서 극심한 출혈 경쟁과 미국 관세로 CATL도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고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