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 부진 터널 끝 보여, 윌리엄 김·김홍극 실력 보여줄 기회

윌리엄 김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부문 대표이사와 김홍극 뷰티앤라이프스타일부문 대표이사가 모처럼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경영환경을 맞아 실적을 크게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윌리엄 김 대표(왼쪽)와 김홍극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기나 긴 실적 부진의 터널을 걸어온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 하반기 2년여 만에 호재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소비가 회복되고 고환율 기조가 잠잠해질 조짐이 보이면서다.

윌리엄 김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부문 대표와 김홍극 뷰티앤라이프스타일부문 대표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각자의 사업영역에서 제품 포트폴리오와 판매 채널을 확대하며 시장을 다져왔다. 두 대표가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경영환경을 발판 삼아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한 3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추정치 대로면 2022년 이후 3년 만에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3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2024년 1분기를 제외하면 모든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뒷걸음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크게 패션, 코스메틱(화장품), 생활용품(라이프스타일) 등 3개 부문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부문별 매출 비중은 패션 50.7%, 뷰티 31.7%, 라이프스타일 17.7%를 차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3년 1월부터 윌리엄 김 대표가 총괄대표이사에 선임돼 단독으로 이끌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말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앤라이프부문 대표를 겸임하게 되면서 윌리엄 김 대표는 패션 부문만 도맡게 됐다.

당시 윌리엄 김 총괄대표 체제아래 부진했던 실적을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이 크게 악화하자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추구하기 위한 그룹의 조치라는 지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3년부터 내수 소비 위축과 해외 패션 브랜드 계약 종료, 전사적 구조조정 등의 영향을 받아 실적 부진을 거듭해왔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쌍두체제 출범 7개월여 만에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홍극 대표의 뷰티 부문이 하반기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연작’과 ‘비디비치’ 등 자체 화장품 브랜드들은 올 1분기 전년 동기보다 63.6% 증가한 매출 392억 원을 올렸다.

‘어뮤즈’ 매출 123억 원도 올해 1분기부터 온기 반영됐다. 어뮤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해 10월 지분 100%를 713억 원에 사들인 비건 색조 브랜드다. 높은 글로벌 인지도와 두터운 젊은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체 화장품 브랜드는 어뮤즈 매출을 제외하고도 전년 동기보다 약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극 대표는 올해 비디비치와 연작 브랜드 판로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어 추가적 외형 성장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5월 비디비치와 연작의 올리브영 입점을 시작해 올 상반기까지 500개 매장에 입점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온라인 채널 위주로 미국, 일본 등 해외 판매 채널 확대도 추진 중이다.

K-뷰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김 대표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4월 인바운드는 전년 동월보다 1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월과 비교한 회복률은 104.4%를 나타냈다. 3분기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 무비자 정책이 시행돼 인바운드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기존 자체 화장품 브랜드 및 신규 인수 브랜드 어뮤즈 호조 등에 따라 부문 영업이익이 2024년 109억 원에서 262억 원으로 대폭 증가하며 전사 이익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 부진 터널 끝 보여, 윌리엄 김·김홍극 실력 보여줄 기회

▲ 신세계인터내셔날 ‘비디비치’ 리브랜딩 관련 이미지. <신세계인터내셔날>

윌리엄 김 대표의 패션부문도 길었던 실적 부진의 터널을 벗어날 기회를 맞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부문 매출은 소비 위축과 브랜드 이탈 영향에도 전년 동기보다 0.5% 소폭 증가했다. 

윌리엄 김 대표는 4월 미국 럭셔리 브랜드 앙팡 리쉬 데프리메에 이어 6월 일본 CFCL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패션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해왔다. ‘더로우’, ‘꾸레쥬’ 등 신규 해외 패션 브랜드 점포수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부문은 내수 소비 회복과 함께 실적 반등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 보다 6.9포인트 상승한 108.7로 2021년 6월(111.1)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CCSI는 6개 지수를 활용해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23~2024년)보다 소비심리가 낙관적임을 뜻한다.

이재명 정부가 13조2천억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추진하는 등 소비진작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소비 회복 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 패션뿐만 아니라 패션 비즈니스 전반의 성장률 턴어라운드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환경도 윌리엄 김 대표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약 6개월 동안 1400원대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5월 들어 1300원대로 내려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996년 유명 해외 패션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 유통하는 사업으로 출발해 높은 가격대의 수입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패션업체들 가운데 고환율 환경으로 받는 타격이 더 큰 사업구조를 갖춘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걸어온 실적 부진의 터널이 길었던 만큼 윌리엄 김 대표와 김홍극 대표가 가야할 길은 멀다. 

증권가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내년엔 올해보다 40% 개선한 영업이익 477억 원을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2022년 연간 영업이익 1153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신규 론칭한 브랜드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뷰티부문 매출도 지속적으로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서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