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롯데마트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포 출점, 한채양·강성현 방향성 차이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가 같은 듯 다른 신규 점포 출점 전략을 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과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이 모처럼 ‘신규 출점’에 나서고 있다.

수년 동안 몸집을 줄여왔던 대형마트가 외형 확대 시도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수장의 발언에서 느껴지는 점포 전략의 디테일은 차이가 있다.

27일 대형마트업계에 따르면 한채양 사장과 강성현 대표의 전략이 외형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이다.

겉으로만 보면 두 수장의 전략은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마트는 2024년 12월 대구 수성에 식료품 특화 매장인 ‘푸드마켓’을 선보인 데 이어 2월 서울 강서구에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 마곡점을 열었고 4월 서울 강동에 푸드마켓 2호점인 고덕점까지 오픈했다.

26일에는 경기 고양에 ‘스타필드마켓’이라는 이름으로 킨텍스점을 재단장해 선보였다.

최근 반 년 사이에만 새 매장 3개, 리뉴얼 매장 1개를 출점했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1월 서울 강동에 천호점을 연 데 이어 26일 경기 구리에 식료품 전문 매장인 ‘그랑그로서리’ 콘셉트를 도입한 구리점을 열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점포 확장은 2020년대 들어 처음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이마트가 보유한 전국 매장 수는 2020년 160개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야구단 SSG랜더스와 W컨셉, G마켓 등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여러 지점을 매각하면서 폐점 기조가 이어졌다. 2024년 말 이마트의 매장 수는 154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매장 수가 155개로 늘어나면서 생존 위기 분위기에서 5년 만의 반등에 성공했다.

롯데마트 역시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전국에 매장 125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2020년 실적 부진 점포 14곳을 폐점하고 2개 점포를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매장 구조조정에 나섰다.

2020년 113개로 급감한 롯데마트 매장 수는 2024년 말 110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매장 수가 111개로 늘어나며 6년 만에 반등했다.

새 매장들의 면면도 비슷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모두 새 점포를 만들 때 식료품 중심의 매장 구성을 최우선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장만 보는 곳이 아니라 고객들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과 체험형 요소를 적극 결합하는 것도 두 회사의 특징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포 출점, 한채양·강성현 방향성 차이

▲ 경기 고양 스타필드마켓 킨텍스점 내부(왼쪽)과 경기 구리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1층 내부(오른쪽).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채양 사장과 강성현 대표의 출점 전략은 시작부터 다르다.

한 사장은 이마트 수장에 오른 직후인 2023년 9월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확대해 외형 성장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 사장의 전략은 이마트의 중장기 계획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이마트가 2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에는 2024년 29조 원인 매출을 2027년 34조 원까지 높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이마트와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의 신규 출점이 제시되어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25년 3개, 2026년 2개, 2027년 3개 등 3년 동안 점포 8개를 늘리겠다는 방침이 세워져 있다.

롯데마트를 이끄는 강 대표는 생각이 다르다. 표면적으로 보면 롯데마트 역시 점포를 늘리는 쪽에 초점이 맞춰 있지만 실제로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신중한 모습이다.

강 대표는 26일 롯데마트 구리점 개장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규 출점을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기본적인 방향은 오프라인 효율성을 지향하고 온라인으로 투자를 전환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며 “임대료도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ROI(투자수익률) 측면에서 냉정하게 보고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과 연계한 전략에 좀 더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온라인을 잘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출점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단순히 외형을 늘리는 데 집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강 대표는 롯데마트 구리점을 놓고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인 ‘제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기 동북부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