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상장사' 강원랜드와 GKL 사장 인선에는 주주 배려 전혀 없었다,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윤두현 GKL사장(왼쪽)과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5월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GKL본사에서 열린 모바일 ID 보안 강화 및 디지털 결제 서비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GKL >

[씨저널] 강원랜드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 관료 출신 인사들이 사장 자리에 오르며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되어 온 곳이다.

두 기업 모두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목표를 지닌 공기업이지만, 업계 전문성과 무관한 정치권 및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해 왔다는 점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 이후, 두 회사의 사장 자리와 관련해 또다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강원랜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선임됐던 이삼걸 전 사장이 2023년 12월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최철규 강원랜드 부사장이 사장 대행을 맡아왔다. 

GKL은 윤두현 GKL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2년 넘게 남아있지만 윤 사장이 야당인 국민의힘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정치권 '보은성 인사'와 ‘정무적 판단’으로 점철된 사장 선임의 민낯

GKL과 강원랜드는 모두 국책 목적의 카지노 운영 기업이지만, 설립 이후 사장 자리에 업계 출신 전문가가 임명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GKL은 2005년 창립 이후 줄곧 정치권이나 관료 출신 인사들이 사장직을 독점해왔으며,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의 사례로 지목돼왔다. 

강원랜드 역시 초대 서병기 사장부터 최근 10대 이삼걸 사장까지 대부분이 정치인 또는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채워졌다. 공기업 사장직이 정치권의 '논공행상' 대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GKL은 1대 박정삼 사장(국가정보원), 2대 권오남 사장(이명박 대선캠프), 3대 류화선 사장(이명박 대통령 측근), 4대 임병수 사장(문화체육관광부 관료), 5대 이기우 사장(박근혜 청와대), 6대 유태열 사장(노무현 정부 치안비서관), 7대 김영산 사장(문체부 관료), 8대 윤두현 사장(국민의힘 전 원내부대표)까지 모두 정치권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인사들이었다. 

강원랜드도 7대 최홍집 사장(강원도 정무부지사), 8대 함성희 사장(검사 출신), 9대 문태곤 사장(감사원 2차장), 10대 이삼걸 사장(행안부 2차관) 등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사들로 일관돼 왔다. 이삼걸 사장의 사퇴 이후 사장 대행으로 강원랜드를 이끌어왔던 최철규 부사장 역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국민통합비서관을 지낸 정치권 인사다.

이들 기업이 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사장 인사가 정권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독립성과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업계 전문가 출신 사장의 부재, ‘상장사’로서 주주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공기업 사장 자리가 정권의 정책 방향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흔한데도 불구하고 유독 강원랜드와 GKL의 사장 인사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두 기업이 바로 상장사이기 때문이다. 

카지노 사업은 매우 엄격한 허가제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사업의 구조상 현금 유통량이 많고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사회적 부작용도 큰 사업이기 때문이다. 

강원랜드와 GKL이 공기업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자본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사업을 통해 국가가 돈을 벌고 있다면, 이 수익을 일정 부분 일반 주주들과 나누는 것이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사장직이 마치 정치적 보은의 수단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기업 경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은 물론 주주가치 향상이라는 주식회사의 기본적 가치에 위배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GKL경영정상화범연대소액주주모임은 지난 2024년 10월18일 서울 삼성동 세븐럭카지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영과 영업 경험이 부족한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출신 인사가 사장에 오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라며 “전문경영인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원 출신 인사인 윤두현 사장에 대한 임명안을 2024년 12월 재가했다.
 
[씨저널] '상장사' 강원랜드와 GKL 사장 인선에는 주주 배려 전혀 없었다,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직무대행이 2024년 9월12일 정선군 사북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강원랜드>

◆ 이재명 정부, '인사정책의 전환점' 만들 수 있을까

정권 교체 이후 두 기업의 사장 인사 방향은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 철학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소위 ‘오천피(KOSPI 지수 5000 달성)’ 전략의 일환으로 ‘주주가치 회복’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두 상장 공기업의 사장 자리에 정무적 안배를 떠나 업계 전문성과 전략적 경영 역량을 갖춘 인사를 선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지노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던 김영산 GKL 전 사장은 관료 출신이었지만 한국카지노관광협회 회장을 지낸 전문성 있는 인사였다”라며 “윤두현 사장의 임기가 많이 남았다는 것을 살피면 강원랜드 사장 임명이 이재명 정부의 카지노 공기업 운영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