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 남아시아의 인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아직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 않지만 이들 국가는 K금융의 미래 아시아 영토로 평가된다. 이들의 어떤 점이 K금융에 매력적 요인으로 평가될까. 비즈니스포스트는 그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K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6월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다. 그 전, 프롤로그를 통해 이들 세 나라를 대략적으로 소개한다.

-프롤로그 글 싣는 순서
① '제국의 추억' 좇는 세 나라,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의 변신
②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매력, '달러라이제이션'과 '개방적 규제'
③ 이제 막 깨어난 '경제 거인', 현대차 LG전자의 이유 있는 인도 증시 상장
④ 실크로드 중심지, '티무르제국' 우즈베키스탄을 국내 금융사가 눈여겨보는 이유
⑤ [인터뷰] 전북대 연구원 박진영 "디지털전환으로 혁신 꿈꾸는 캄보디아, 투자기회 많아질 것"
⑥ [인터뷰] 국제금융센터 최호상 전문위원 "월가 자본 인도 진출 준비 끝내, 도시화 진행되면 금융사에 기회 올 것"
⑦ [인터뷰] 성동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창의대학 교수

 
[K금융 신흥국을 가다 프롤로그⑥]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 최호상 "월가 자본 인도 진출 준비 끝내, 도시화 진행되면 금융사에 기회 올 것"

▲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향후 인도의 도시화율이 증가하면 금융산업에도 다양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낮은 도시화율.’

국내 금융사들이 인도 진출에서 겪는 어려움의 원인으로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도시화율을 지목했다. 

인도는 전세계 인구 1위에 광활한 영토, 낮은 평균연령 등 잠재력이 무궁한 남아시아의 ‘잠자는 사자’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여러 개혁개방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 이동 흐름과 맞물리면서 외국 자본 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상장이 활발해졌으며 증시도 강한 상승률을 보이는 신흥 금융 강국이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에게 있어 인도 시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현대차, LG 등 제조기업은 적극적으로 인도에 진출하고 있지만, 금융사의 진출은 더딘 편이다. 그 이유를 지난 5일 최 전문위원에게 물었다.

“인도가 평균연령이 젊다고는 하나 아직 농촌 지역 인구밀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은행 등 금융사는 농촌지역에 기본적으로 지점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땅이 워낙 크다보니 쉽지가 않죠.

국내 금융사들은 최근 인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이 진출하고,  국책은행도 사무소 규모지만 지점을 세우고 있습니다. 다만 도시에만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최신 통계인 2023년 기준으로, 인도의 도시화율은 36.36%다. 전세계 평균이 50%를 웃도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도시화율의 상승추세도 밋밋하다. 2013년 도시화율은 32%였는데 이후 매년 증가율은 0.1%포인트를 넘긴 적이 없다.

특히 인도 금융업계는 1991년에 외환위기를 맞은 이후 민영화가 시작됐으나, 아직 관치금융의 힘이 강해 국영 은행 등의 비중이 높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인도 현지 금융사들과의 경쟁이 기본적으로 힘든 구조인 것이다.

인도 정부가 핀테크에 힘을 주는 이유도 인구수 대비 은행계좌 비중이 낮아 국민들이 제도 금융권 안에 포섭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최 전문위원은 “점차 도시화가 진행되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인도 금융업권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성공한 사례들이 꽤 있다. 

“예를 들어 HDFC가 인수합병을 통해 인도 1위, 전세계 10위 규모의 은행으로 거듭났으며 자본시장에서는 코탁 마힌드라(Kotak Mahindra)가 맨땅에서 출발해 인도의 제이피모간 격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인도 금융사들은 여전히 중소형사가 난립하는 양상이어서 향후 인수합병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한국 금융사들은 대부분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사업만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인금융 등을 위해 규모를 좀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인수가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만 아직까지는 탐색전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금융사들이 인도에서 겪는 어려움은 낮은 도시화율만은 아니다. 인도 정부의 강력한 규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인도가 개방 정책을 펴고 있지만 규제 완화는 금융 쪽보다는 제조업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최 연구원은 내다봤다.

그럼에도 최 연구원은 금융 쪽에도 향후 큰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금융업계가 인도를 좋게 보고 있습니다. 언어(영어), 나라의 규모 때문입니다. 이에 월가 대형 자본들은 기회가 오면 언제든 인도에 진출할 준비를 해놓고 있습니다.”

다만 문화적인 차원에서는 카스트의 잔재 때문에 노사관계에서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상사가 자신보다 낮은 신분 출신일 경우 말을 잘 안듣는 일이 있어요. 이 때문에 계약 관계에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다소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종교적 관용은 있는 나라이기에 종교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한편 인도 보험업계의 경우 한국 보험사들의 진출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삼성화재가 오래 전에 진출했지만 지금은 실제 사업은 하지 않고 시장 조사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도 라이센스는 갖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계가 인도에서 보험사를 설립하려면 자본 비율 기준이 있었으며, 소유권을 반드시 현지인이 갖게 돼있고 지점을 차려도 현지인한테 줘야 합니다. 그리고 보험이 정부가 가장 늦게 개방한 시장이기도 해요.”

최 전문위원은 마지막으로 미래에셋그룹의 인도에서의 성과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해외 진출은 최고결정권자의 과감한 결단이 중요해요. 지금 우리 증권사들은 오너 소유가 꽤 있어서 리스크 감수를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래에셋은 박현주 회장의 리더십 아래 오래 전부터 인도를 개척했으며 지금은 현지에 대한 정보도 많이 갖추고 있어요. 지금처럼 꾸준하게 가다가 한 번 크게 성장하는 순간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미래에셋의 지위는 박현주 회장의 안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외환위기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1999년 4월1일 정부와 한국은행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주로 해외 금융사들과 관계를 맺어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 소장 등을 거쳐 현재 국제금융센터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뉴욕사무소장으로 재직할 때에는 월가 현지 금융사들과 폭넓은 커넥션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