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도체 시황 때문인가 근본 경쟁력 문제인가", 삼성전자 주총장 주주 성토에 경영진 '진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비즈니스포스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5만 전자'에 머물고 있는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에 연신 고개 숙여 사과하며 진땀을 흘렸다.

최근 1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8만 원에서 5만 원대까지 떨어지자 주총장엔 여기저기서 소액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삼성전자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현장에 참석한 주주는 9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참석자 600여 명보다 약 300명 증가한 것으로, 총회장에 마련된 1천 석의 좌석을 가득 채우며 삼성전자를 향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확인했다.

2024년 말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는 516만210명이다.

주총장장에는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의 소액 주주들이 참석했는데,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입장을 위한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올해 주총장에는 회사의 차세대 기술력과 제품을 직접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전시 공간이 마련돼 눈길을 얻었다.

특히 인공지능(AI) 홈 반려로봇 ‘볼리’와 최근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은 주총 현장을 찾아온 주주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쉬는 시간에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하트하트’가 현악 4중주의 클래식을 선보이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장] "반도체 시황 때문인가 근본 경쟁력 문제인가", 삼성전자 주총장 주주 성토에 경영진 '진땀'

▲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장 로봇존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개가 시연되고 있다. <삼성전자>

하지만 사내·사외이사 안건 심의와 표결 등이 끝난 뒤 마련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는 이전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부진했던 2024년 실적, 반도체 등 주력사업의 기술경쟁력 악화를 질타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발언권을 얻은 소액주주 A씨는 “삼성전자 주가 부진 원인이 반도체 시황 문제인지, 근본적 경쟁력 문제인지 경영진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물었다.

이에 전영현 부회장은 “주가의 많은 부분은 반도체 부문 성과에 달려있는데, 주가 부진으로 주주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AI 반도체 시장에서 초기 대응이 좀 늦은 것이 원인”이라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전 부회장은 “빠르면 2분기, 늦으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12단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며 “내년에 다가올 시장인 HBM4와 맞춤형(커스텀) HBM 시장에서는 작년에 있었던 HBM3E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종희 부회장도 “최근 주가가 주주님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임직원은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임원진들에게 ‘사즉생 각오’를 다질 것을 주문하면서, 경영진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날 파운드리 사업부도 주주들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소액주주 B씨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계속 (주가가)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떨어지고 있어 답답함이 크다”며 “대만 TSMC는 압도적 (파운드리) 점유율을 가지고 계속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는 데 반해 삼성 파운드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현장] "반도체 시황 때문인가 근본 경쟁력 문제인가", 삼성전자 주총장 주주 성토에 경영진 '진땀'

▲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주주총회장이 주주들로 가득 차 있다. <삼성전자>

이에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아직 좀 부족한 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 있다”며 “수율(정품비율)을 높여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위치에 최단기간에 도달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답했다.

TSMC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술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경쟁사를 빨리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따가운 질타뿐 아니라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액주주 C씨는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는 등 삼성전자 주총이 많이 세련되게 바뀐 것 같다”며 “올해 삼성전자 실적도 세련되게 내 줘서 주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삼성전자는 예전에도 여러 번 위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잘 극복했다”며 “그때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투자를 지속하고, 미래 준비도 적극적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