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이번 주총은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 속에서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만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주주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헤쳐나갈 명확한 전략과 확실한 방향성을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에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장기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 속에서,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과 미래 성장 전략을 더욱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 및 소액주주가 이에 맞춰 활발한 주주제안을 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논의될 주요 안건과 기업별 핵심 이슈를 분석하고,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삼성전자 이재용의 '독한 메시지', 반도체 부활 방안에 쏠리는 눈 
② '영풍 의결권 제한' 여부가 경영권 가른다, 'MBK·영풍 vs 고려아연' 주총대전 승자는?
③ LG화학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리더십 재확인, 신학철 권봉석에 구광모 신뢰 여전
④ 조현준 전력기기 시장 호황 맞은 효성중공업 책임경영한다, 사내이사 합류로 안정화
⑤ 행동주의 주주 저격당한 코웨이, 이사 정원 확대로 '참호 구축' 분수령
⑥ '시총 5조' LGCNS 상장 후 첫 주총, 떨어지는 주가에도 주주환원 기대감 만발 
⑦ 하나금융 함영주시대 새로운 3년 눈앞, 주주들 마음 얼마나 얻을까
⑧ '렉라자' 신화 쓴 오스코텍에 소액주주는 뿔났다, 창업주 김정근 연임 적신호
⑨ LG 2대주주 ‘실체스터’ 영향력에 배당 늘릴까, 5천억 자사주 소각 기대감도 ‘업’
⑩ iM금융지주로 새 출발하는 DGB금융, 황병우 신발끈 바짝 죈다

[주총 관전포인트] 이재용 삼성전자 향한 '독한 메시지', 반도체 부활 방안에 쏠리는 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사즉생의 각오'를 강조하면서,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1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주주들에게 제시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경영진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 주가 하락으로 상심한 주주들을 달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최근 ‘사즉생의 각오’를 강조한 만큼, 이번 주총은 위기극복을 위한 회사의 구체적인 방안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주주총회는 소액주주들의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12월31일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는 516만210명에 이른다. 1년 전보다 48만8171명(10.4%), 6개월 전보다 91만2599명(21.5%) 늘었다. 소액주주 1명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평균 4200만 원에 이른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이탈이 계속된 반면 개인 투자자는 꾸준히 삼성전자 비중을 늘려나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 흐름이 좋지 못한 만큼, 이번 주총은 경영진을 향한 성토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20% 넘게 하락했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등록한 삼성전자 주식 투자자 29만2302명의 평균 매수가는 6만6858원으로 평균 약 13%의 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3조 원을 소각하고 5월까지 3조를 추가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보다 현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도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천여명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인텔이나 노키아처럼 몰락과 쇠퇴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주총 관전포인트] 이재용 삼성전자 향한 '독한 메시지', 반도체 부활 방안에 쏠리는 눈

▲ 삼성전자 경영진이 2024년 3월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당초 기대와 달리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며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수조 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2025년 사장단 인사에서 한진만 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장에 앉히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을 두고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 우리는 사업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며 파운드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는 파운드리 사업의 투자 계획과 실적 반등 시점, 2나노 첨단공정 수율(정품 비율), 2030년 시스템반도체 1등 목표의 변화 여부 등 다양한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에서 잃어버린 시장 입지를 어떻게 되찾을지도 주총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1위 자리를 넘겨주며 기술경쟁력에서 완전히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사와 달리 5세대 HBM인 HBM3E의 엔비디아 납품도 지연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올해 2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가 재설계한 HBM용 1b D램 샘플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는 HBM을 비롯한 첨단 메모리반도체 사업 현황과 관련해 주주들의 질문과 경영진 설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M 개발 진행과 관련해 속시원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로봇, 메디테크(의료+기술), 공조 등 신사업과 관련한 인수합병(M&A) 이야기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사업 발굴을 위한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3년 만에 ‘신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전영현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자정보공학부 교수 등 반도체 전문가의 사내·사외이사 선임은 주총에서 무리없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매년 수백 명이 참가하는데, 올해는 더 많은 주주들이 참석해 거침없는 질문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진은 반도체나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 주주들의 믿음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