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롯데 계열사 겸직 많은 후계자 신유열, 경영수업과 지분매입 자금 사이](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10142208_125569.jpg)
▲ 1월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에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 롯데이노베이션 부스를 방문해 콘텐츠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 롯데그룹 계열사들에서 맡고 있는 직책의 목록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집단의 총수는 계열사 여러 곳의 직책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그룹의 수많은 사업들을 직접 챙겨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과도한 겸직이라며 비판받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셋 모두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정 회장이 직접 사안을 챙겨야 할 필요성이 높은 곳들이지만 경영개혁연대는 2월20일 "정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 3사의 이사를 겸직하며 각사에서 모두 보수를 받는 것은 성과를 떠나 과도한 보상으로 판단하며,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 그룹 후계자 ‘계열사 겸직’의 의미, 경영수업인가 근로소득인가
대기업집단의 후계자 역시 그룹의 여러 사업을 두루 경험해야 한다. 대기업집단의 후계자가 그룹의 여러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는 것이 ‘경영수업’의 일환이라면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한화그룹의 후계자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 역시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에서 대표이사를, 한화오션에서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신 부사장이 롯데그룹에서 겸직하고 있는 계열사들은 모두 그룹 전체의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는 말할 것도 없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의 가장 중요한 신사업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계열사이며 일본 롯데파이낸셜 역시 롯데그룹의 영향력이 유지되고 있는 유일한 금융사인 롯데캐피탈의 최대주주다.
한쪽에서는 신 부사장이 롯데지주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여러 계열사에서 겸직하며 ‘근로소득’을 모으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신 부사장은 지난해 중순부터 조금씩 롯데지주의 지분을 사모으고 있다. 신 부사장은 2024년 6월5일 처음으로 롯데지주 주식 7541주를 매수했으며 9월5일에 4255주, 12월4일에 4620주를 추가로 매수했다.
신 부사장이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은 0.02%로 아직까지 매우 적지만, 신 부사장이 롯데그룹을 승계하기까지 최소 수 년에서 십수 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살피면 신 부사장은 승계를 준비하며 계속해서 롯데지주 지분을 늘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그룹의 승계는 상속, 증여, 지분 매입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상속이나 증여는 받은 주식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는 형태로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지분 매입은 당장 현금이 필요한 방법이다.
물론 대량으로 지분을 매입하면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지만, 신 부사장처럼 조금씩 지분을 모아가기 위해서는 꾸준한 소득이 있는 편이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유열 부사장이 그룹 내 5개 계열사에서 임원직을 겸직하는 것은 소득 확보를 위한 방편일 가능성이 크다.
![[씨저널] 롯데 계열사 겸직 많은 후계자 신유열, 경영수업과 지분매입 자금 사이](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10142229_109057.jpg)
▲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 1월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층에 마련된 신격호 명예회장 흉상에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유열 부사장의 아버지인 신동빈 회장은 겸직을 통해 매년 재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은 2019년, 2023년에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2020년에는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에게, 2021년과 2022년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신동빈 회장이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는 여러 계열사들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2023년에 롯데그룹의 7개 계열사에서 연봉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대내외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신 회장이 상당한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높은 연봉을 받아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바로 신격호 회장의 타계 이후에 내야하는 상속세가 꼽힌다.
신동빈 회장이 2020년 1월 타계한 신격호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 등을 상속받으면서 부담하게 된 상속세는 2천억 원이 넘는 규모로 알려졌다.
한쪽에서는 신유열 부사장도 아버지처럼 계열사 겸직을 통해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 부사장이 임원직을 겸직하고 있는 회사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굉장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회사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출범 1년 만에 매출 2,286억 원과 영업이익 266억 원을 기록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는 성과급을 후하게 책정하기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신 부사장의 승계 자금 마련에 핵심적 회사가 될 수 있다.
아직 신 부사장의 급여 수준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인 신동빈 회장의 2024년 상반기 급여를 두고 롯데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급여를 받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신 부사장이 급여로 많은 돈을 받는다면 여론이나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2024년 8월 YTN 라디오 ‘생생경제’에 출연해 신 회장의 2024년 상반기 급여를 두고 “롯데그룹과 5대 그룹(총수)을 비교해보면 신동빈 회장의 겸직이 7곳으로 가장 많다”라며 “신격호 회장이 돌아가신 이후 상속세가 꽤 많이 나왔는데 이런 것 때문에 좀 무리를 해서라도 연봉을 많이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