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는 건설기계 무인·자율화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오너경영인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 체제 3년 동안 건설기계부문 연착륙을 이끌어 왔으나 이제는 그룹의 청사진에 발맞춘 ‘기술혁신’을 새로운 과제로 맡게 됐다.
 
조영철 '정기선의 HD현대'에서 건설기계 시너지, 올해 '기술혁신'으로 더 깊게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HD현대그룹 건설기계의 기술혁신에 매진한다.


2일 HD현대그룹 안팎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 수석부회장의 오너경영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건설기계부문을 이끌어 온  조 사장의 경영 방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HD현대그룹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 3대 사업부문 수장격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창립 50주년이었던 2022년을 기점으로 대대적 변화를 맞이했다. 핵심은 정 수석부회장 체제가 첫발을 디뎠다는 것이다.

2022년부터 HD현대그룹은 직전 해 1월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한 정 수석부회장 뒤를 각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4인의 부회장단이 보좌하는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가삼현 전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한영석 전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강달호 전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손동연 전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가 당시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동시에 승진했다. 이때 손 부회장은 조 사장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에 올랐다.

이어 2022년 3월에는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 이름에서 ‘중공업’을 빼고 HD현대 시대를 열었다. 그룹이 글로벌 1위 조선사업을 앞세워 성장한 상황에서 ‘중공업’을 놓으며 제조업 중심 이미지를 탈피하고 미래사업 분야를 바라보겠다는 의지였다.

사업적으로 HD현대그룹은 2022년부터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를 공식적으로 3대 핵심사업 축으로 삼고 성장을 도모해왔다. 이후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과 에너지 핵심 계열사 HD현대오일뱅크의 수장 교체, 4인의 부회장단 은퇴 등 꾸준히 리더십 교체가 진행됐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초대 대표였던 조 사장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까지 겸하며 올해 3월로 두 곳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건설기계부문이 HD현대그룹 변화에서 지닌 의미를 고려하면 조 사장이 짊어 진 리더십의 무게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HD현대그룹이 3대 사업 축을 갖추기 위한 사실상 마무리 작업은 HD현대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와 함께 건설기계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세운 것이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출범 당시 조 사장과 함께 권오갑 HD현대그룹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것도 건설기계를 핵심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그룹의 의지였다.

조 사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사업회사인 기존 HD현대건설기계 및 신규 HD현대인프라코어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힘써왔다.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에 개소한 통합 제작센터 ‘HD현대 통합 커스터마이제이션 센터’는 두 사업회사의 시너지를 보이는 대표적 사례다. HD현대 통합 커스터마이제이션 센터는 한국에서 생산한 반제품을 고객의 주문 사향에 맞춰 현지에서 조립·완성하는 곳이다.

조 사장은 두 사업회사는 조립 및 생산라인을 함께 운영해 공정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높아진 생산력을 기반으로 시장 맞춤형 제품 생산과 적기 공급 등의 역량을 키워 두 회사의 영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센터 개소식에서 “북미 시장 공략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양사의 시너지를 활용해 제품의 품질과 납기,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선진시장에서 톱 티어(Top Tire) 도약의 기회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두 사업회사가 공동으로 구매할 수 있는 품목 240여 개를 선정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장비에서 추진되고 있는 두 사업회사 사이 교차판매 등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발 빠르게 확보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조 사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사업회사인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의 시너지를 위한 작업을 어느 정도 매듭 지으면서 올해는 그룹의 방향성에 발맞춰 첨단 기술을 갖춘 스마트 건설장비 개발로 시선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올해 건설기계부문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기술혁신’을 요구하며 쉽지 않은 업황 속에서도 중장기적 미래를 위한 대비를 강조했다.

권 회장은 올해 HD현대 신년사에서 “건설기계 사업 등은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올해도 어려운 환경이 예상된다”며 “지난해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모든 임직원이 사업계획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혁신을 통한 미래 준비에 역량을 모아야 하고 신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건설기계 분야에서는 “무인화, 자동화, 지능화 장비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영철 '정기선의 HD현대'에서 건설기계 시너지, 올해 '기술혁신'으로 더 깊게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현지시각으로 2024년 1월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조연설에서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시하고 있다. < HD현대 >


정 수석부회장도 지난해부터 건설기계의 스마트화를 그룹 동력으로 내세운 만큼 조 사장이 올해 건설기계부문에서 내놓을 결과물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물리적 건설현장을 뜻하는 ‘Site’를 확장한 개념인 ‘Xite’를 통해 건설 장비의 무인·자율화 등 미래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건설현장을 구현하겠다는 혁신 의지가 담겼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경영자로서 공식 데뷔전과도 같았던 ‘CES 2022’에서는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기술 등을 내세운 ‘퓨처빌더’, 이어 ‘CES 2023’에서는 바다 활용의 근본적 대전환을 뜻하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앞선 두 차례 CES에서 그룹의 근간인 조선업에 집중한 미래 전략을 내세웠던 점을 보면 바다에서 육상으로 혁신을 확장하는 지난해 발표는 건설기계부문의 무게가 느껴지는 셈이다.

건설기계의 무인화, 자동화는 고정된 도로를 달리는 일반 모빌리티와 다르게 건설현장의 지형·지물이 공사진행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실제로 구현하기 더 어려운 분야로 여겨진다.

조 사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통해 한 명의 운전자가 원격제어 및 작업 지시를 통해 다수의 자율 장비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건설현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인지, 판단 제어를 스스로 하는 자율 건설장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 디지털 트윈기술을 기반으로 건설장비와 건설현장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생산성과 안정성을 개선하고 궁극적 자동화를 목표로 하는 현장 관리 솔루션 ‘엑스와이즈 사이트’를 개발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도 올해 상반기 마무리될 공장 고도화 작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HD현대건설기계는 연간 생산량을 9600대에서 1만5400대로 60% 이상 늘리면서 검사설비·조립 공정의 자동화, 실시간 데이터 수집·분석기능 구축 등으로 품질을 높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울산캠퍼스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