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거침없는 발언으로 금융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주요 금융사가 높게 유지된 금리를 타고 3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낸 가운데 연일 ‘이자장사’를 지적했다. 윤석열정부 첫 금융당국 수장 김주현 전 위원장과 달리 선명한 행보로 칼자루를 직접 쥐어든 모양새다.
 
금융위원장 김병환 연일 은행 이자장사 일침, '금융 컨트롤타워' 존재감 과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병환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100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마련된 두 번째 간담회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달마다 (기자간담회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일정상으로 밀리더라도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역대 금융위원장이 그동안 정책 방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자간담회를 선호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월례 기자간담회가 열린 것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위원장을 맡던 시절 이후 약 10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금융정책 전반을 두고 질의응답을 받았지만 눈길을 끈 것은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이었다.

그는 "(은행의) 이익이 늘어나는 부분과 특히 아직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은행이 이자이익을 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결국 은행이 혁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이익이 엄청나면 칭찬하지만 은행은 이익이 많이 나면 지적이 나오는데 그 차이가 무엇일지를 생각해 봤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금융의날 축사에서 은행의 이자수익 증가와 관련한 비판을 언급했는데 이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그는 “최근 은행의 이자수익 증가에 대한 비판도 궁극적으로는 금융이 충분히 혁신적인지에 대한 질문”이라며 “모든 금융인은 과거 관행이나 제도가 만드는 울타리에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9번째인 금융의날은 금융권 종사자를 독려하는 날로 각 금융사나 개인이 그동안의 혁신이나 포용 성과를 인정받고, 통상 유명 연예인도 저축 장려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는 법정기념일이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축사는 다소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금융위원장 김병환 연일 은행 이자장사 일침, '금융 컨트롤타워' 존재감 과시

이복현 금감원장(왼쪽)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은행 이자수익 증가를 주요 현안으로 여기고 윤석열정부 정책에 선명성을 더한 셈이다. 

은행 등 금융권은 김 위원장 지적대로 2022년부터 오른 기준금리 상승을 바탕으로 역대급 수익을 거뒀다.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 3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지배주주)은 5조47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보다도 15% 가량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부터 1년 전인 지난해 10월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며 금융사에 날을 세웠지만 금융사 호실적에 이자장사 비판이 다시 떠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을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뒤 흔들리던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금융위원장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주현 전 위원장은 윤석열사단 막내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밀려 존재감이 옅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가 상급기관이지만 소외된다는 이른바 ‘금융위 패싱’ 논란도 벌어졌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10일 국정감사에서도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계부채 등 금융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추궁하자 “제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복현 금감원장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