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 실수요자 시선이 다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을 향한다.

은행권 대출 기준이 나날이 바뀌며 실수요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서다. 일부 은행은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은지 불과 일주일만에 예비 신혼부부 등에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했다.
 
자고 나면 변하는 대출 기준, 은행장 만나는 이복현 입만 바라보는 실수요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영등포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의 대출 기준이 정부의 명확하지 않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원장의 이번 메시지는 시장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10일 국내 은행장들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연다. 지난주 초만 해도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최근 실수요자의 ‘대출절벽’ 우려가 큰 상황에서 가계대출 관련 은행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알려졌다.

시장은 이 원장이 내놓을 가계대출 관련 발언 수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권은 최근 1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다시 기준을 완화하는 등 기준이 지속해서 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1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개인 사정에 따라 집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에게 대출을 해주기 위한 예외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예비 신혼부부나 상속자, 이혼 등 개인사정을 증빙하는 자료를 우리은행에 내면 1주택자라도 주담대나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1주택자 대출 제한 조치를 내건 건 이달 1일이다. 이후 다른 은행들이 이를 뒤따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일주일여만에 대출 기준이 바뀐 것이다.

이복현 원장이 가계대출을 조이는 과정에서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방지하겠다고 한 만큼 은행권이 우리은행 조치를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원장은 4일 실수요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관리 추세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관치금융’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이 원장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바라기도 한다.

국내 금융시장은 특성상 관의 영향력이 강해 감독당국 의견은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감독당국 견해가 나온 뒤 행동하는 편이 유리한 적도 많았다.
 
자고 나면 변하는 대출 기준, 은행장 만나는 이복현 입만 바라보는 실수요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 원장이 10일 간담회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관계 등을 고려해 섣불리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주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 강화’란 큰 틀에서는 금감원과 정책 기조가 같지만 이 원장보다는 금융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6일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가 획일적 기준을 정하면 국민 개별 사정을 고려하기 어려워 불편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며 “대출자 사정을 잘 이해하는 은행과 금융사가 현장에서 가장 합리적 방식으로 고객 불편을 해소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 원장이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강하게 개입하겠다’고 주장한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이 원장이 이번 간담회에서 어떤 내용과 수위의 발언을 내놓느냐는 김 위원장 취임 뒤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 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은 10일 간담회에서 나올 이 원장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실수요자 대출 제한을 둔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같은 예외 조치를 두는 방안을 도입할지 아니면 다른 방식을 채택할지 등 실수요자 보호 방안은 간담회가 지나봐야 알 것 같다”며 “솔직히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은행 입장에선 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