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그룹의 1980년대생 오너 4세 경영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허치홍 GS리테일 MD본부장 전무.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리더십 세대교체, 신사업 육성 등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해당하는 젊은 오너 4세들이 낼 성과가 주목받는다.
8일 GS그룹 안팎에 따르면 허 회장 체제 아래 임원에 합류한 오너 4세 막내라인 경영자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1983년생 허치홍 본부장과 허주홍 부문장은 지난해 말 그룹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뒤 점차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앞서 2020년 11월 허 회장의 첫 인사를 통해 임원에 올랐다.
이전까지 편의점MD부문장을 맡았던 허치홍 전무는 MD본부장에 오른 뒤 올해부터 협약식 등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GS리테일 MD업무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도로공사와 휴게소 음식을 간편식으로 출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자리에도 허치홍 전무가 나섰다.
허치홍 전무는 미국 보스턴대학교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2009년 GS글로벌에서 경영기획팀, 사업개발팀, 북경지사 등을 거친 뒤 2016년 미래전략팀 부장을 시작으로 GS리테일에 몸담고 있다.
GS리테일에서는 제휴투자팀, 신사업추진실, 편의점MD부문장을 지냈고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반려동물 전문 쇼핑플랫폼 어바웃펫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기도 했다.
유통업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MD사업의 중요성과 함께 GS리테일 사업구조 변화 등을 고려하면 허치홍 전무가 짊어질 경영 무게감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GS리테일은 홈쇼핑사업의 부진 속에서 편의점 및 수퍼마켓사업의 견조함과 호텔사업(파르나스호텔 등)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2년 연속 외형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의 26.1%를 차지한 호텔사업을 인적분할하기로 하면서 편의점과 수퍼마켓사업의 비중이 커졌다. 플랫폼BU 아래 편의점사업부, 수퍼사업부와 함께 위치한 MD본부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또 허치홍 전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에 참여했던 어바웃펫이 2018년 인수 이후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오너경영인으로서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도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허주홍 전무는 승진 뒤 석유화학업계 수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본격적 경영활동의 신호탄을 쐈다.
허주홍 전무는 올해 1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는 빅2로 꼽히는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를 포함한 업계 리더들이 총출동하는 행사다. 허주홍 전무가 GS칼텍스 석유화학사업을 대표하는 모양새가 갖춰진 것이다.
허주홍 전무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온 뒤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에너지자원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2012년 GS칼텍스 여주공장에 입사해 10년 넘게 GS칼텍스에서 일했다.
이후 경질제품팀, 싱가포르법인 원유팀을 거쳤고 2021년부터 생산DX부문장, 경질제품부문장, 가스·제품부문장 등 여러 사업부를 두루 경험한 뒤 석유화학부문을 이끌고 있다.
허주홍 전무가 이끄는 석유화학사업은 정유사업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GS칼텍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GS칼텍스는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정유사업 비중을 낮추고 석유화학사업(15%)을 확대하는 일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투자액인 2조7천억 원을 들여 2022년 준공한 전남 여수 올레핀 생산시설(MFC)이 대표적 예다.
▲ 허진홍 GS건설 투자개발사업그룹장 상무(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해 4월 사피온, GS건설, GS네오텍 , 대보정보통신이 인공지능(AI) 관련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맺는 자리에 참석한 모습. <사피온>
1985년에 태어난 허진홍 상무와 허태홍 대표도 올해부터 공개석상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추며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4세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허진홍 상무와 허태홍 대표는 2022년 11월 임원인사에서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허진홍 상무는 3일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베트남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동석했다. GS건설이 허윤홍 체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 대외행사 자리에 동행한 것이다.
베트남은 냐베 신도시, 롱빈 신도시, 투티엠 주택개발 등 GS건설이 해외에서 가장 활발하게 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역이다. 투자개발사업을 총괄하면서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진홍 상무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토목환경공학과를 나온 뒤 같은 과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이후 GS건설 차장, 부장을 거쳐 2023년부터 투자개발사업그룹장을 맡고 있다. 투자사업담당 상무도 겸하고 있다.
앞으로 허 사장을 보좌하며 GS건설 신사업을 확장하는 데 허진홍 상무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 신사업본부 조직을 보면 투자개발사업그룹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그간 신사업부문을 총괄하던 허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뒤 허진홍 상무의 경영 역량도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허태홍 GS퓨처스 대표이사 상무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를 찾아 공식 행보를 본격화했다.
GS퓨처스는 2020년 7월 설립된 법인으로 지주사 GS의 북미지역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다. GS가 벤처투자를 전담하기 위한 법인을 세운 것은 GS퓨처스가 최초다.
허태홍 대표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2012년 GS홈쇼핑에 입사해 재무회계부, 해외사업기획부, 벤처투자팀을 거쳤다. 2017년에는 GS홈쇼핑 미국 자회사 GSL랩스에서 투자 및 사업전략담당 이사를 지냈고 2020년부터 GS퓨처스 초대 대표를 맡고 있다.
허태홍 대표가 총괄하는 GS퓨처스는 허 회장이 강조하는 신사업 육성과 맥락이 가장 맞닿아 있는 계열사라고 볼 수 있다.
GS는 GS퓨처스 설립 이후 2022년 1월 국내에서 지주사 가운데 첫 CVC인 GS벤처스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 번째 벤처투자법인 GS인피니티를 세우며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1월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2024 GS 신사업 공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GS >
이전까지 GS그룹 4세 경영은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1969년생),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이사 사장(1975년생), 허서홍 GS리테일 경영전략SU장 부사장(1977년생),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1979년생), 허철홍 GS엠비즈 대표이사 부사장(1979년생) 등 1970년대 이전 출생한 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1980년대생 오너 4세들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 역량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생 GS그룹 오너 4세들은 허 회장 취임 뒤 지주사 GS 지분율도 각각 두 배가량씩 늘렸다.
올해 5월 말 기준 GS 보유 지분율을 보면 허치홍 전무 0.83%(76만9629주), 허주홍 전무 0.77%(71만5662주), 허진홍 상무 0.75%(69만3999주), 허태홍 대표 0.60%(56만1590주)다.
2019년 5월 기준으로는 허치홍 전무와 허주홍 전무가 각각 0.40%, 0.43%, 허진홍 상무와 허태홍 대표가 각각 0.31%, 0.36%를 들고 있었다.
허치홍 전무와 허진홍 상무는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의 장·차남, 허주홍 전무와 허태홍 대표는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의 장·차남이다. 허진수 고문과 허명수 고문은 오너 3세 가운데 3남인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3남과 4남이다.
허 회장은 그룹 총수에 오른 뒤 꾸준히 미래성장을 위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22년 9월에는 창립 첫 신사업 전략보고회를 개최한 뒤 매년 보고회를 갖고 계열사별 추진 전략을 직접 챙기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해 11월 역대 최대 규모인 50명에 관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GS그룹은 당시 인사를 놓고 “세대교체로 기회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의지와 조직 쇄신과 중단 없는 사업혁신의 열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