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케이뱅크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2대 주주 우리은행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가 상장에 흥행한다면 상당한 투자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 케이뱅크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2대 주주 우리은행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과거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의 사례처럼 우리은행이 상장 이후 주가 움직임에 따라 케이뱅크 지분 일부를 처분할 가능성도 나온다.
4일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케이뱅크 주식은 1만7천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최초 케이뱅크 주식 취득원가인 5천 원의 3배가 넘는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설립 초기부터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임직원 파견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시장 안착을 도왔다. 현재도 2대 주주로 지분 12.6%를 들고 있다.
케이뱅크 상장 흥행 여부에 따라 큰 이익을 얻을 기회를 손에 쥔 것인데 향후 실제 지분 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설립 초기 우리은행 영향권 아래 있었던 케이뱅크가 서서히 홀로서기에 힘을 싣고 있다고 바라본다.
케이뱅크는 설립 이후 1대와 2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우리은행 측 인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지난해 3대 최고재무책임자에 KT 측 인사를 선임하며 흐름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3월 말 기준 케이뱅크 임원 가운데 우리은행 인사는 탁윤성 소비자보호실장(전무)과 이동건 사외이사 둘뿐이다.
우리은행이 케이뱅크가 아닌 다른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점도 향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5월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이끄는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참여 의향서를 냈다. 시중은행 가운데 인터넷은행 2곳에 지분 투자를 추진하는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전국 사업장 130만여 곳에 매출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해 소상공인 관련 데이터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기업이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제4인터넷은행에 도전하며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내건 만큼 우리은행은 제4인터넷은행을 통해 소상공인사업의 접점을 늘릴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컨소시엄이 제4인터넷은행에 선정된다면 케이뱅크 초창기처럼 우리은행이 시장 안착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모기업 KT와 협력관계도 최근 들어 느슨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우리은행의 알뜰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우리은행은 KT가 LG유플러스와 알뜰폰(MVNO) 시장에서 치열히 경쟁하는 가운데서 LG유플러스 손을 들어줬다.
우리은행은 과거
손태승 전 회장 시절 디지털역량 강화를 위해
구현모 전 사장이 이끄는 KT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다시 다른 인터넷은행 투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 |
인터넷은행 상장 뒤 초기 투자자였던 시중은행이 지분을 매각한 사례도 있다.
KB국민은행은 2022년 카카오뱅크 지분 3% 가량을 팔아 4200억 원 가량을 회수했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는데 당시 지분 매각으로 현재 지분은 4%대로 낮아졌다.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 변수로는 기존 인터넷은행 성장세 둔화에 따른 상장 흥행 여부 등이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이날까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8일 대비 21.9% 하락했다. 반면 은행업종 지수 KRX은행은 같은 기간 밸류업 열풍을 타고 17.8% 상승했다.
카카오뱅크가 1분기 최대 실적을 냈지만 시장에서는 박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 주가를 하향조정하며 “1분기를 기점으로 대출성장 동력을 상실했다”며 “한동안 밸류업 수혜주로 인식되는 전통은행과 반대되는 주가 흐름 지속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 IPO 가격은 앞으로 같은 산업군(Peer)인 카카오뱅크 주가 수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요 주주) 우리은행 매각차익이 예상되지만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매각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분매각 등은 케이뱅크 상장 이후 주가 추이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케이뱅크 출범 초창기에는 은행 노하우가 필요한 만큼 우리은행 행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별도회사로 이같은 파견은 없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