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에 올랐다.
55년 만에 동원그룹 총수가 바뀐 상황에서 김 회장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안팎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 동원그룹 총수가 55년 만에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으로 바뀌었다. |
16일 재계에서는 동원그룹 실적이 후퇴한 상황에서 총수에 오른 김 회장이 올해 어떤 전략을 보여줄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김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동원그룹 지배력이 김 명예회장에서 김 회장으로 이전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동일인 판단기준 5개를 공개했는데 김 회장은 이 가운데 4가지를 충족했다.
김 회장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인 동원산업 지분 46.4%를 들고 있는 최다출자자다. 올해 3월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업집단 최고직위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신규 사업계획이나 임원 선임 등 주요 의사결정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신년사 발표, 주요 경영・업무 보고 등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해 활동하는 자로 봤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올해 1월 동일인 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었고 이번 발표에서 동일인으로 인정받았다”며 “김 회장이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친해 온 만큼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공식적으로 그룹 지배력을 인정받으며 ‘
김남정 시대’를 열었다. 김 명예회장이 총수에 오른지 55년 만이다.
회장 직함만 다는 것과 총수로까지 지정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김 회장이 선보일 전략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회장 앞에는 동원산업 매출 반등과 그룹 재계 순위를 끌어올려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다.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9486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0.9%가 줄었다. 동원산업 연간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올해 흐름도 좋지 않다. 동원산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2419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가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6.2%가 빠졌다.
동원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할 만큼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같은 날 발표된 재계순위에서도 동원그룹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 하락한 55위를 기록했다.
동원그룹은 좀처럼 재계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동원그룹이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을 때 재계순위는 37위였다. 이후 7년 동안 재계순위가 상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이 18위가 하락했다.
김 회장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부회장 시절부터 힘을 쏟고 있는 신사업도 성과가 주춤한 상황이다.
동원그룹의 포장재 전문 기업인 동원시스템즈는 주로 참치캔을 만들던 회사다. 2021년 2차전지용 캔 제조회사인 엠케이씨(MKC)를 156억 원에 인수하면서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6%, 영업이익은 9.0%가 줄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2차전지 생산을 위한 공장도 새로 지었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양산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곧 성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 동원그룹은 강원도 양양에 들어서는 ‘친환경스마트 육상연어양식단지’에 정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
김 회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연어양식 사업도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하다. 강원도 양양에 들어서는 ‘친환경스마트 육상연어양식단지’(연어양식단지) 착공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비전선포식을 열었고 올해 3월에는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연어양식단지는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리 일대 11만7천㎡에 조성된다. 동원산업이 2천억 원을 투자해 만드는 민간주도형 사업이다.
2020년부터 공을 들인 사업이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사업이다보니 여러 난관에 부딪쳤다. 유통업계에는 2천억 원이었던 사업비가 착공이 지연되면서 4천억 원까지 뛰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동원그룹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정부가 연어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토지무상 임대, 전기 등 각종 인프라를 지원하는 실정이어서 이러한 지원에 대해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