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월 총선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는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와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세 번째 대결을 펼친다.
판세가 박빙 양상인 데다 승자가 충청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떠오를 수 있는 만큼 이 지역은 이번 총선의 주요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 4·10 총선 선거구인 충남 공주·부여·청양에 출마하는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주·부여·청양의 여론 동향을 고려했을 때 올해 총선도 상당히 근소한 격차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총선에서 이 지역의 여론조사는 엎치락뒤치락하는 경향이 많았다. 최종 승부에서도 매우 적은 득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1위와 2위 후보의 득표 차이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3.1%포인트, 2020년 21대 총선에서 2.3%포인트에 불과했다.
최근 진행된 복수의 여론조사를 봐도 정진석 후보와 박수현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론조사업체 윈지코리아컨설팅이 굿모닝충청 의뢰로 지난 14~15일 이틀 동안 이 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 의향 조사를 보면 정 후보와 박 후보가 모두 46.4%의 응답을 받으며 동률을 이뤘다.
이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100%)·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 후보와 박 후보의 대결은 이번 총선이 세 번째다. 앞서 두 번은 모두 정 후보가 적은 표 차이로 승리했다.
정 후보는 현재 5선 의원으로 국민의힘 안에서도 가장 무게감 있는 중진 정치인으로 꼽힌다. 원내대표와 당대표 권한대행, 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주요 당직을 거쳤고 21대 국회 후반기에는 국회 부희장도 지냈다. 이번에 6선 고지에 오르면 국민의힘의 제1당 탈환 여부에 따라 3부 요인인 국회의장에 오를 수도 있다.
정 후보는 1960년 출생으로 다선의원 치고는 비교적 젊은 나이이기도 하다. 더 큰 정치적 목표를 향한 경로를 그려 나가는 데 이번 선거의 성패 여부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가 21일 공주시 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22대 총선 공주·부여·청양 후보 등록을 마쳤다. <정진석 후보 선거사무소>
이에 맞서는 박수현 후보는 1번 당선에 그친 경력에서는 정치적 체급이 정 후보에 다소 못 미친다.
박 후보는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후보로 충남 공주 선거구에서 처음으로 당선됐지만 이후 치러진 두 차례 총선에서는 공주·부여·청양공주에서 정 후보와 대결해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다만 박 후보는 인지도나 경력 측면에서는 여느 중진 정치인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첫 대변인으로 일했고 이후 국민소통수석비서관도 지내며 얼굴을 알렸다.
충청권 지역기반도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후보는 2000년대부터 일찍이 충남 공주 쪽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했다.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2012년 19대 총선 이후에도 줄곧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며 지역구 관리를 해왔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출마한 안희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안 후보의 당선을 도왔고 2018년에는 본인이 충남지사에 도전하려다가 중간에 포기했다.
의원 선수 이상의 체급을 지닌 충청 지역 정치인인 셈이다.
충청권은 영남, 호남과 달리 특정 진영에 표를 몰아주지 않고 부동층이 많아 이른바 ‘스윙 보터’ 지역으로 꼽힌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충청권이 중요한 격전지로 여겨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충청권은 대선 승자를 결정짓는 ‘캐스팅 보터’로서도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곳이다. 충청권에서 지지를 얻는 세력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충청권 정치세력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 손을 잡고 이른바 ‘DJP연합’을 통해 충청권의 지지를 얻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충청권 수도이전을 내걸어 충청권 표심을 공략했고 이는 그에게 대권을 안겨 준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정진석 후보와 박수현 후보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충청권의 대표 정치인으로서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격전지에서 무게감 있는 경쟁자를 이겼다는 것만으로 하나의 훈장이 될 수 있다.
정 후보는 21일 오전 공주시 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22대 국회의원선거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총선 승리로 국민의힘이 원내 다수당이 되면 국회의장직에 도전해 충청 메가시티(광역도시권)의 중심으로 확실히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 <박수현 후보 페이스북>
박 후보는 지역민 한 사람 한 사람과 직접 소통하며 바닥 민심을 다지는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거 한 유권자로부터 ‘국민의힘 지지자이니 문자를 보내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 유권자가 가족까지 합해 3표를 모아 지지하겠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박 후보는 “1표가 귀중한 험지 중 험지의 초박빙 선거에서 3표는 너무 소중한데 상대방의 3표는 6표를 확보한 효과”라며 “포기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적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