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의 기존 노사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그룹 4개 계열사를 포함하는 '통합 초기업 노동조합'이 출범을 예고하면서 삼성의 노사 관계에 급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무노조경영 철폐를 선언한 뒤 삼성그룹의 노조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교섭 방식도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은 31일 제1회 전체총회를 열고 출범 성명과 규약 개정 등을 진행한다.
초기업 노조는 삼성전자 DX부문 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삼성 계열사 4개 노조가 참여했다. 이들은 설 이후인 2월 중순 대외적으로 공식 출범을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업 노조의 전체 조합원 수는 약 1만3천 명 규모로 삼성 노조 가운데 가장 큰 전국삼성전자노조 1만 명보다도 많다.
게다가 다른 계열사 노조도 초기업노조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어 향후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이재용 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뒤 삼성 계열사 노조는 그 세가 급격히 불어났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들에서 전국단위 노조를 상급단체로 둔 노조가 속속 들어섰고, 2019년 11월 출범한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조합원 수가 빠르게 증가해 2022년 5천 명을 넘어서더니 현재 1만 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여전히 계열사별로 노조가 설립된 곳에서도 자율 조직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교섭을 진행해왔다.
삼성그룹의 각 노조는 회사와 노사협의회의 임금협상 자체가 무노조 경영을 위한 편법이라고 비판해왔다.
헌법상 단체교섭권은 오로지 노동조합에만 있고 설령 노사협의회가 회사와 협상을 하더라도 근로자참여법 5조에 따라 노조의 교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면 안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국노총 금속노련,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 계열사 노조 연대, 삼성 연대체,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 관계자들이 2023년 5월4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태윤 삼성전자노조 쟁의대책위원장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 “삼성 경영진은 노사협의회에 수많은 특혜를 주어 그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었고, 이들은 스스로 사측의 편이 되어 노동조합과 교섭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에서 노조가 전 계열사로 확산하면 앞으로는 노사협의회에서 결정된 임금협상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2020년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에 노조 활동 보장을 위한 절차 규정 마련하라고 요청하고,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계열사 노조 현황을 점검하는 등 합법적 노조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 등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협상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는 2월 정칙 출범한 뒤 계열사별 실적과 무관한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