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여름 높아진 기온에 녹은 남극 빙하.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두드러진 해였다.
버클리어스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 기후관측기관들은 올해가 관측 역사상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온상승에 따른 이상기후도 동반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올해 여름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6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11월 연방재난관리청(FEMA) 발표에 따르면 미국도 기온상승에 발생한 이상기후로 올해만 100조 원이 넘는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각국은 올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합의문으로 대표되는 기후 합의들을 마련했다.
이를 두고 과학계에서는 올해 각국이 마련한 합의들을 두고 성공과 실패로 평가하는 의견들이 엇갈렸다.
30일(현지시각) 가디언은 2023년을 ‘화석연료 시대 끝이 시작된 해’로 평가하는 기후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브 존스 기후 싱크탱크 ‘엠버’ 디렉터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올해는 화석연료 사용이 정점을 맞이하고 하락을 시작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관해 비관적 생각을 하기보다는 기뻐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존스 디렉터와 엠버는 예측의 근거로 COP28 최종 합의문에 명시된 문구를 들었다.
13일(현지시각) 198개국 만장일치로 통과된 해당 최종 합의문에는 “2030년까지 10년 기한(decade) 내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시작한다”고 명시됐다.
엠버는 이미 정점에 달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수요가 합의문의 효력에 힘입어 짧은 시일 내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엠버에서 10월 발간한 ‘2023년 에너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에너지 발전량의 92%를 차지하는 78개국을 집계한 결과 화석연료 발전량 증가는 둔화된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각각 10% 이상 증가했던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COP28 합의문에 ’2023년 대비 2030년 재생에너지 연간 발전량 3배 달성 서약‘도 포함돼 향후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평가했다.
닐 그랜트 기후단체 클라이밋애널리틱스 에너지 연구원은 30일 가디언을 통해 “지난 수년 동안 에너지 수요는 재생에너지 증산을 앞질러왔으나 지금은 이 추세가 역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시대가 찾아온다면 화석연료는 더 값싼 재생에너지에 밀려 도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엠버와 클라이밋애널리틱스 등 단체들이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반면 올해의 성과가 기후 위기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해 '실패'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현장에서 기후단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제임스 한센 교수. <위키미디아 커먼스> |
제임스 한센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29일(현지시각)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 다음 세대가 2023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최악의 실패를 기록한 시기로 기억될 것”이라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센 교수는 전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으로 1988년 지구온난화를 최초로 공론화한 인물이다.
그는 이어 “많은 과학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COP28 최종 합의문의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문구는 규정 범위가 모호해 각국의 충분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비에르 블라스 블룸버그 에너지 칼럼니스트도 13일(현지시각) “COP28 합의문에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문구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화석연료 생산을 줄이지 않겠다는 것에 가깝다”며 “각국이 에너지 전환을 시작할 때까지 화석연료 수요는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10년 내로'라는 단서 조항 때문에 사실상 몇 년 뒤로 미뤄진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기 전에 기후위기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이어졌다.
요한 록스트룀 포츠담연구소 기후영향 연구팀 디렉터는 가디언을 통해 “올해 벌어진 가뭄, 홍수, 산불, 빙하 붕괴 등 각종 기후재해의 수위는 충격적일 정도로 높았다”며 “지난 250년에 걸친 인간활동의 따른 결과(pay-back)가 곧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28 등 기후 합의를 향한 비관적 평가를 내놨음에도 한센 교수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 주요 정상들과 달리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기후위기 해결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라며 “오늘날 격동하는 국제 정치 상황을 고려해보면 향후 기후 해법을 향한 돌파구를 발견할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