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ASML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연구 개발센터 설립을 통해 초미세 공정 개발에 협력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미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2나노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TSMC와 격차를 좁힐 기회가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TSMC와 3나노 공정을 주도하고 있으며 2나노와 1나노 시장에서도 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2018년 파운드리에서 손을 뗐던 미국 인텔까지 2024년을 기점으로 초미세공정 파운드리를 다시 키우겠다고 선언하면서 미래 반도체 제조 패권을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이번 ASML과 공동연구시설 구축으로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는 물론 최첨단 공정 개발에도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EUV 1대당 2천억 원이 넘는 높은 가격이지만 연간 약 50대만 생산할 수 있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장비다. 7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려면 EUV 장비를 필수로 사용해야 한다.
특히 2024년에 출시되는 차세대 EUV 장비는 1나노 미만의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와 ASML의 협력 강화는 파운드리 역학관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7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는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TSMC는 57.9%, 삼성전자는 12.4%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올해 2분기 44.7%포인트에서 45.5% 포인트로 더 벌어진 상태다.
▲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시각 12일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찾아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의 안내로 '클린룸'을 시찰하기에 앞서 방진복을 착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윤석열 대통령,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습. <연합뉴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10월과 2022년 6월에 이어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쳐 ASML을 찾으며 EUV 장비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는데 이번에 연구개발 협력이라는 큰 수확을 얻게 된 만큼 TSMC 추격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 중심의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으로 2026년에는 고성능 컴퓨팅(HPC)에 2나노를 적용하고 2027년에는 1.4나노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올해 6월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은 2나노 공정 양산이 시작되는 2025년을 기점으로 TSMC와 격차를 크게 줄이기 위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사장은 올해 5월4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강연에서 “냉정히 얘기하면 4나노 기술력은 우리가 TSMC에 2년 정도 뒤처졌고 3나노는 길이 다르지만 (경쟁력 차원에서) 1년 정도 뒤처진 것 같다”며 “다만 2나노로 가면 TSMC도 게이트올어라운드(GAA)로 갈 텐데 그때가 되면 TSMC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는 반도체 기본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통제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로 삼성전자가 3나노에서 세계 최초로 활용한 바 있는 기술이다.
TSMC는 2나노에서 처음으로 GAA를 도입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공산이 크다.
이에 더해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이 2나노 공정에서 ‘공급망 다변화(멀티 벤더) 전략’을 계획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게 기회요인으로 꼽힌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성장하고 있는 첨단반도체의 대표제품으로 떠오르는 인공지능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을 두고 “TSMC가 여전히 인공지능 반도체로 대변되는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첨단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들이 추가주문을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