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몇 년 사이에 임직원을 채용할 때 평판조회를 실시하는 회사가 급증하면서 평판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의 채용이 경력직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인재의 철저한 검증과 평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평판조회 전문조직을 이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꽤나 반가운 일이다.
 
[컨설팅리포트] 급증하는 평판조회, 제대로 활용하려면 신중한 접근 필요

▲ 배영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장.


하지만 평판조회 서비스의 양적 확대에 비해 질적 심화는 미흡해 보인다.

우선 평판조회(Reference Check)라고 부르기 어려운 신원조회(Background Check)를 평판조회 서비스라고 잘못 소개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 

임직원이 과거에 범죄를 저질렀거나 학력과 경력을 위조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이 추후에 밝혀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사전에 신원조회를 하고 싶어 한다. 

신원조회가 일상인 미국은 세입자를 구할 때도 신원조회를 통해 신분위조, 범죄경력, 신용평가 등 다양한 사항을 확인한다. 그러나 국내법상 이러한 조사는 불법이다. 결국 학력이나 경력 검증 정도를 진행하는 것인데 이것을 평판조회라고 부를 수는 없다. 

온라인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평판조회도 한계는 명확하다.

온라인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평판조회는 대체로 후보자가 지정한 조회처(Referee)를 대상으로 한다. 조회처로 지정된 사람들은 링크 형태로 평판조회 입력문서를 전달받아 후보자의 평판을 등록하게 된다.

이런 평판조회 서비스는 정량화한 지표와 인공지능을 통한 분석, 저렴한 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한 번에 여러 사람을 평판조회해야 해서 비용부담을 느끼거나 면접을 통해 확인한 후보자의 정보를 좀 더 알고 싶을 때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고위직이나 전문직을 채용할 때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고위직이나 전문직 같은 핵심인재는 입체적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에서 직무수행에 필요한 핵심요소들을 점검하려면 깊이 있는 인터뷰가 필수다. 이런 인터뷰엔 당연히 경험이 많은 전문 컨설턴트가 나서야 한다. 

평판조회 요청을 받은 후보자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우호적일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을 조회처로 제출한다. 따라서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듣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전문 컨설턴트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들을 인터뷰해 후보자의 진면목을 확인한다. 정해진 질문에 따라 직접 평판을 등록하게 하는 방식의 온라인이나 인공지능을 통한 평판조회와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비지정 조회처(Blind Referee)는 평판조회의 정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비지정 조회처는 후보자가 지정하지 않은 제 3자를 일컫는 말이다. 후보자에게 비지정 조회처를 대상으로 평판조회를 진행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은 뒤 진행한다.

이렇게 비지정 조회처를 찾아서 인터뷰하면 후보자의 업무 방식과 성과, 도덕성, 리더십, 조직 적응성 등에 관해 풍부하고 객관적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후보자에게 우호적 이야기로 일관하는 지정 조회처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과 인공지능을 통한 평판조회로는 수집이 불가능한 정보들이다. 

평판조회의 결과물인 보고서도 중요하다. 전문 컨설턴트들은 사실을 단순히 기록해서 제공하지 않는다. 후보자의 영역별 평가는 물론이고 입사 뒤 예상 기여도까지 측정해 보여준다. 단순 평판조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합 검증 보고서가 도출되는 것이다. 

잘못된 채용은 엄청난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그 후보자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 때문에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평판조회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판조회 수요가 늘면서 평판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우수죽순격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평판조회는 잘못 하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다. 왜곡된 정보는 왜곡된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평판조회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배영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