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저격수' 김진태,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강원 탈환 성과 눈앞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왼쪽)가 5월2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와 함께 강원 삼척시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김진태 후보 선거캠프>

[비즈니스포스트]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가 야당의 거물정치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강원도지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 후보는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통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꺾은데 이어 본선에서 도내 지지가 탄탄한 이광재 더 후보까지 잡았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강원도 민심을 지켜내면서 ‘윤석열 저격수’에서 새로운 공신으로 자리매김해 향후 당내 입지를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 결과 오후 11시51분 현재 개표가 25.12% 진행된 가운데 김진태 후보는 56.39%를 득표해 43.60%를 얻은 이광재 후보를 제치고 당선이 유력하다.

김 후보는 양당의 전략지역이자 격전지인 강원도에서 12년 만의 도정교체를 이뤄내게 됐다. 지난 대선 역대 가장 적은 0.73%차로 승리했던 윤석열정부의 정권교체를 완성하고 새 정부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됐다.

김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것부터 쉽지는 않았다.

김 후보의 과거 5·18 관련 발언 등 여러 문제 발언들이 부각돼 컷오프되면서 애초 강원도지사 후보에 황 전 앵커가 단수공천됐다. 

이후 김 당선인이 공천관리위원회 권고에 따라 과거 발언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문을 내놓으면서 경선이 성립했고 경선 결과 김 후보가 황 전 앵커를 꺾으면서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황 전 앵커는 지난 대선 때 언론전략기획단장을 맡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TV토론 전략을 조언했다. 강원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도 지내 공천 결과에 '윤심'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장모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던 악연이 있다. 이러한 과거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후보는 강원 지역 재선 의원 출신으로 오랫동안 조직기반을 닦아온 만큼 이러한 배경이 김 후보의 우세로 이어졌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김 후보 승리에는 새 정부 출범의 컨벤션 효과와 민주당내 악재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김 후보가 그동안 지녀온 ‘극우’, ‘강성 보수’ 이미지를 탈피하고 이번 선거를 치른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당내 공천 발목을 잡았던 ‘5·18 망언’, ‘세월호 망언’ 등 과거 문제 발언을 비롯해 편향된 극우 이미지와 이에 따른 중도확장성 한계라는 뚜렷한 약점을 지녔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당선인은 본격 선거전에 나선 뒤로 강성 이미지를 철저히 배제했다. 젊은 층에서 지지를 받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강원도에 5번차례 '초빙'할 정도로 호감 이미지를 쌓기 위해 힘썼다.

김 후보는 23일 강원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나는 원래 부드러운 사람이다”며 “내가 굳이 이미지를 바꾸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이 아닌 도지사 선거에 나오다보니 본래의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문재인 정권과 투쟁하다보니 강성 이미지가 부각됐지만 이제는 도민의 민생을 챙기는 ‘여당 지자체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또 이러한 이미지 변모를 통해 윤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를 청산하고 ‘힘 있는’ 여당 도지사가 돼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삼성반도체 공장 원주 유치와 한국은행 본점 춘천 유치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이 공약 실현가능성을 비판하자 김 후보는 “‘강원도는 안 돼’ 이런 패배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당선인 신분부터 삼성반도체 공장 유치에 즉시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강원도를 방문했을 때 원주나 강원도 지역을 반도체 클러스터화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본점 유치와 관련해선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점을 꺼내들며 춘천이 각 지역별 행정 수부도시 가운데 서울에 가장 가깝다는 점과 다른 지역에서 한국은행 유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김 당선인은 이밖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GTX-B) 춘천 연장, 동서고속철도 착공, 제천~삼척 고속도로 개설 등 주요 인프라 사업 등을 약속했다. 강릉에 강원도청 제2청사 등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군사, 산림, 농업, 환경 분야 규제 등에서 ‘규제프리 강원도 실현’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약 가운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환경파괴 지적이 나오자 케이블카가 탐방객들로부터 훼손되는 설악산 생태와 등산로를 복원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이뤄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1964년 10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춘천교대 부속초와 춘천 소양중, 춘천 성수고,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로 임용돼 춘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등을 거쳐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을 끝으로 20여 년 만에 검복을 벗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춘천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49.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 새누리당 후보로 나와 50.5%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