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월4일 부산광역시 사상구 국민의힘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통령선거후보 경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역선택을 우려한 것인데 홍준표 의원의 추격이 목밑까지 올라오자 바둑으로 치면 '반집 싸움'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위장당원 발언으로 역선택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폈지만 득보다는 실이 더 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역선택 우려를 제기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기대했지만 대세론이 꺾였음을 자인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후보들에게 공격의 빌미만 제공한 결과가 빚어졌다.
앞서 윤 전 총장은 4일 부산광역시 사상구 당협위원회에서 최근 입당자가 늘어 경선 당원선거인단이 23만여 명 증가한 것을 놓고 "위장당원들이 엄청 가입했다"며 "민주당 정권이 우리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곧장 경쟁 후보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홍 의원 측 여명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명백한 당원 모독"이라며 "윤 후보가 입당하기 훨씬 전부터 함께 울고 웃으며 이 당을 지켜온 당원들을 '갈라치기' 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도 최근에 입당했는데 그렇다면 윤 후보는 위장후보인가"라며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당원 가입한 분들에게 위장 당원이라니 실언이 도를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9월에도 경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걸러내야 한다며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주장했다. 당시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는 문항을 마련하기로 절충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윤 전 총장이 이처럼 갑작스레 위장당원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지율 격차가 둘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을 민주당 지지층까지 넓히면 홍 의원의 지지율이 윤 전 총장을 넘어서는 결과가 자주 나온다. 애초 지난 6월 대세론에 딛고 화려하게 정치무대에 등장했을 때는 꿈도 꾸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빚어진 '왕(王)자' 논란도 윤 전 총장의 초조함에서 빚어진 행동이라는 해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TV토론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마음이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최근 실시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이런 상황이 명확히 드러난다.
1~2일 이틀 동안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8%를 기록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28.3%)와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범보수권 적합도만 살펴보면 홍준표 의원(29.8%)과 0.2%포인트 차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윤 전 총장은 52%로 홍 의원의 34.3%를 크게 앞선다.
국민의힘의 대선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본경선은 당원 50%, 일반국민 50%의 여론조사로 결정된다. 윤 전 총장으로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 조사는 TBS 의뢰로 전국 만18세 이상 1006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전 총장이 위장당원 논란을 키울 게 아니라 MZ세대(1980~2004년 출생)의 마음을 잡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
MZ세대는 다음 대선에서 부동층을 형성하고 있어 대선 결과에 큰 영향으로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당원들 가운데 MZ세대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5월 말 전당대회 이후 4개월 동안 모두 26만6천여 명이 새로 입당했다. 세대별로 보면 20~40대 신규 당원은 11만4천여 명으로 전체 새 당원의 4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MZ세대의 마음을 얻어야 일반국민(민심)과 신규 당원(당심)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