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시장에서 물러나면서 부산시가 이번 ‘제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금융공기업을 대거 유치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될까?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두고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데 금융공기업을 두고는 부산과 전주가 모두 금융중심도시를 내걸고 치열하게 맞붙고 있어 오 전 시장의 사퇴로 부산시의 정치력 약화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부산지역에서는 야당에게 크게 밀렸고 오 전 시장까지 논란을 빚은 만큼 부산지역의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이전에서 부산시를 홀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24일 오 전 시장의 뒤를 이어 변성완 행정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급하게 맡게 됐고 정무라인도 대거 면직 처리되면서 부산시는 리더십을 대거 잃게 됐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하면서 부산시의 정무라인도 무더기로 자동 면직 처리됐다. 박성훈 경제부시장을 비롯한 12명의 정무직 공무원들이 면직 처리됐다.
지방행정직 인사규정에 따르면 지방별정직 공무원(정무직)으로 임명된 공무원들은 임용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사직, 퇴직, 자격상실 등으로 만료될 때 자동 면직된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부시장 자동 면직과 관련해서는 재임용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변 시장권한대행은 "(박성훈 경제부시장은) 능력이 훌륭하다고 판단해 행정안전부에 재임용 여부를 문의해 놓은 상태"라며 "행안부로부터 답변이 오면 재임용을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금융중심지가 되겠다는 목표를 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을 서울에서 영입해 왔는데 유 전 부시장이 뇌물수수 등으로 사퇴해 박성훈 경제부시장을 새로 영입했다.
오 전 시장의 사퇴에 따라 경제부시장마저 공석으로 비게 되면 부산시로서는 금융공기업 유치를 통한 금융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 힘이 빠질 수 있다.
그동안 부산시에서는 금융공기업을 대거 유치하는 것을 희망해 왔다. 부산시는 지난해 ‘새로운 10년 금융중심지 추진 실행계획’을 마련하면서 금융공공기관 9곳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이상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상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투자공사(기획재정부 산하), 한국벤처투자(중소벤처기업부)의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부산시는 제2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1년째인데 그동안 핵심 금융공기업이 부산시로 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 전 시장도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어중간한 기관들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시에는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있지만 국책은행 등 중요한 금융공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에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을 다녀보면 제일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며 "지방 공공기관 시즌2를 총선이 끝나는 대로 지역과 협의해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참여정부 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는데 부산이 가장 잘 정착된 모범지역"이라며 "지금 (공공기관 지방이전) 용역을 하고 있는데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어 각 지방자치단체의 유치경쟁은 뜨거워지고 있다.
부산시가 무게있는 금융공기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전라북도도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희망하며 금융공기업 35곳의 유치를 원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부산과 전북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서울 본점을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각각 발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전북 전주병 당선인은 한국투자공사, 한국벤처투자 등의 전주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전북 전주갑 당선인은 산업은행, 국제금융센터, 서민금융진흥원,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의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전북지역에서는 압승을 거뒀지만 부산지역에서는 18석 가운데 3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는데 오 전 시장까지 성추행 논란을 빚어 완전히 등을 돌려버릴 수 있는 부산지역 민심을 살려내는데 심혈을 기울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가 시장공백으로 정치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여당의 부산 민심잡기라는 과제도 만만치 않아 금융공기업의 이전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전 시장과 관련해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민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과 관련해 피해자와 부산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최대한 빨리 윤리위원회(윤리심판원)를 열어서 납득할만한 단호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선출직 공직자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젠더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 후속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