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자율규제‘ 처분을 받았다.

레진코믹스는 최근 일부 콘텐츠의 음란성 논란이 불거져 사이트를 차단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8일 통신소위원회를 열어 레진코믹스가 서비스하고 있는 일부 성인용 웹툰에 대해 음란성을 심의했다.

방심위는 레진코믹스 관계자를 불러 지난달 24일 일어난 사이트 차단조치 등을 설명하며 레진코믹스 콘텐츠가 음란성을 띄고 있는 지를 집중추궁했다.

레진코믹스 변호인은 “방심위가 지적한 8개 웹툰 모두 대법원의 음란물 요건에 비춰봤을 때 음란성이 없다”며 “방심위가 무리하게 음란물이라고 해석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음란물을 ‘단순히 문란한 느낌을 받는 정도를 넘어 사람의 존엄성이 심각하게 왜곡될 정도로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콘텐츠’로 판시하고 있다.

하남신 방심위 위원은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책임도 중요하다”며 “사업자 입장에서 특정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하는 등 정화했다고 해도 다른 관점에서 봤을 때 음란물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낙인 통신소위원장도 “대법원이 성인용으로 출판된 간행물 가운데 일부를 음란물로 판정한 사례가 있다며 레진코믹스의 주장이 절대적 판단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레진코믹스의 일부 일본만화 콘텐츠는 계모와 아들이 성관계를 맺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등 국내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방심위는 레진코믹스에 대해 ‘자율규제’ 조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방심위가 레진코믹스 콘텐츠 일부를 강제로 삭제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를 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제재수위가 상당히 낮은 것이다.

장 위원장은 “일부 콘텐츠는 청소년 유해물 정도의 수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불법유통되는 것들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며 “만화와 관련된 산업이 규제로 저해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성업 레진코믹스 이사는 “우리는 이 자리에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일을 새로운 시발점으로 삼겠다”고 방심위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한 달 넘게 이어져 온 레진코믹스 논란은 일단락됐다.

방심위는 지난달 24일 레진코믹스의 일부 웹툰에 남녀의 변태적 성행위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성기가 노출됐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사이트를 차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일부 콘텐츠를 문제로 전체 사이트를 닫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방심위가 성기 노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이트를 차단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확대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