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안정적 토대’ 위에 ‘새로운 LG’를 세웠다.

6인의 부회장은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을 제외한 모두가 자리를 지켰고 실무 책임자는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새롭게 채워졌다.
 
[오늘Who] 구광모, LG그룹에 부회장들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28일 LG그룹 임원인사를 보면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을 포함한 부회장 5명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단행한 원포인트 인사나 외부인사 영입 등을 미뤄봤을 때 연말인사의 폭이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특히 박진수 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신학철 전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한 점을 놓고 인적쇄신에 강력한 의지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구 회장은 박 전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회장을 모두 재신임했다.

이런 결정은 아직 LG그룹이 변화보다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판단하면서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준비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사업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략을 짤 수 있는 부회장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부회장이 자리를 지킨 점이 눈에 띈다.  

시장은 올레드(OLED) 투자 부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한 부회장 앞으로 거취가 불투명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구 회장의 판단은 달랐다.

단기적 재무구조 악화는 사업구조 변화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것이고 오히려 올레드사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이 올레드사업을 이끌어 온 장본인인 만큼 사업의 영속성 유지를 위해서라도 LG디스플레이에 아직 역할이 크다고 본 셈이다.

그러나 실무 임원진 인사에서는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신규 임원을 대거 발탁하고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혁신’에 중점을 뒀다.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와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김이경 전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 등 3명의 외부 인사를 대거 발탁해 그룹의 콘트롤타워를 대폭 보강해 전장사업과 글로벌 역량을 강화했다.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 부사장은 1년여 만에 MC사업본부를 내려놓고 융복합사업개불부문 부사장을 맡는다.

조준호 전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3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 인사라고 할 수 있다.

LG전자 VC사업본부도 김진용 부사장이 이끌게 됐다. 전장사업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만큼 좀 더 발빠른 성과를 내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