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황제주’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액면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주당 300만 원에 육박했는데 10분의 1로 액면분할이 결정돼 주당 30만 원짜리 주식으로 바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액면분할, 삼성전자와 롯데제과는?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일 각각 임시이사회를 열어 주당 액면가액을 5천 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하는 액면분할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유통주식을 늘리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유통 주식수 확대로 유동성 개선과 거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며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의 매수가 늘어나고 기존 주주들의 보유주식에 대한 유동성과 환금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면분할 대상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의 보통주와 우선주다. 이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은 발행주식이 기존보다 10배 늘어난다. 아모레퍼시픽 보통주의 경우 기존 584만5849주에서 5845만8490주로, 종류주는 105만5783주에서 1055만7830주로 증가한다.

주식분할이 결정되면서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 주식매매는 오는 4월22일부터 신주권 변경상장 전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신주권 상장은 5월8일로 예정돼 있다.

액면분할안은 오는 20일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주총회에서 논의된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중국에서 화장품 판매가 늘면서 지난 한해 급등했다. 지난 24일 아모레퍼시픽 1주당 가격은 장중 처음 30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보통주는 지난 2월 말 기준 1년 전보다 179%가 올랐다. 아모레G 보통주역시 167% 상승했다.
 
액면분할 뒤 서경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달라지지 않는다. 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49.34%다.

서 회장이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은 아모레퍼시픽 주가상승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분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 데도 1주당 300만 원 안팎에서 거래되다 보니 선뜻 사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아모레퍼시픽은 서 회장과 외국인, 기관투자자 보유주식을 제외하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규모는 15% 수준에 그치고 있어 수급불균형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액면분할해 주당가격을 낮추고 주식수가 늘어나면 개인투자자들도 투자에 나서기가 쉬워진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의 최근 3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은 각각 1만2700주와 1만6천 주로 총 상장주식의 0.2% 안팎에 불과했다”며 “액면분할로 유동성 개선 기대가 커지며 투자심리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액면분할 소식이 알려진 3일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해 326만6천원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전일보다 0.39%가 오른 286만원에 장을 마쳤다. 반면 아모레G는 전일보다 0.85%가 빠져 127만8천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결정이 롯데제과와 삼성전자 등 초고가주의 분할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도 주식시장 거래 활성화를 이유로 액면가 5천 원 이상의 고가주에 대해 액면분할을 권장하고 있다. 주가가 100만원이 넘고 주식회전율이 낮은 저유동성 고가주는 롯데제과, 롯데칠성, 영풍, 삼성전자, 태광산업 등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외에도 액면분할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액면분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등의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